“간판 내립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대국민 작별인사

붕괴 위기 토로하며 ‘폐과’ 선언
낮은 수가에 대한 불만이 핵심
복지부 “긴급대책반 구성” 진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오늘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29일 국민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 위기 상황을 토로하며 “오늘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폐과’를 선언했다. 고착화된 낮은 수가에 대한 불만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소청과 개원 의사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현수막을 내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이들은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 왔다”면서도 “저출생 흐름과 30년째 제자리인 진료수가 탓에 소청과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입장문을 낭독한 임현택 회장은 울먹이느라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임 회장는 “지난 5년간 소청과 의원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지만,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다”며 “반면 최저임금과 물가는 모두 올라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진료비는 동남아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 나라에서 소청과 전문의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5년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운영 중인 전국의 소청과 병의원은 3247곳이다.

인턴·레지던트 수련 5년을 거쳐 소청과 전문의가 됐지만 병의원 운영이 어려워 소청과 문을 닫고 피부과나 통증클리닉 등으로의 탈출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고 의사들은 전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소청과 의사회 회원 중 90%가 폐과를 고민한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저출생과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소청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타의에 의해 폐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른 요양병원에 가서 일을 하거나, 내과를 익혀 내과 진료를 하는 등 ‘노키즈존’에 해당하는 업무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조사 결과나 객관적인 통계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사회는 벼랑 끝으로 몰린 현 상황의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이미 수십 차례 관련 회의를 진행해 왔음에도 정부의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엉터리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임 회장은 “소청과 의사 인력의 공백이 문제의 핵심인데, 복지부가 엉뚱하게 시설 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발표한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에서 중증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제시했다.

소청과 의사들이 폐과 카드까지 꺼내 엄포를 놓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의사회의 기자회견 직후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 대책과 관련해서는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수련병원 교육역할 강화, 기피과목 전공의 수련 지원 등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당사자인 전공의 등과 함께 지속해서 논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