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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신드롬 2년 만에 신기루

팬데믹에도 이용 저조… AI에 밀려
빅테크들, 사업 부문 철수 잇따라


한때 차세대 가상세계 플랫폼으로 주목받던 메타버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급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한 가운데 이용자 정체와 경기 침체, 비즈니스 모델 부재가 겹치면서 출범 불과 2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인 것이다.

월스트리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메타버스 사업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했던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관련 부서와 사업 부문을 정리하며 빠르게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콘텐츠기업인 월트디즈니는 밥 체이펙 전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1년 전 출범했던 메타버스 관련 전략 부서를 최근 해체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관련 팀원 50여명 전원이 디즈니가 예정해놓은 7000명 규모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가상현실 작업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 VR’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알트스페이스 VR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와 대화와 게임을 하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이다. MS는 2017년 10월 이 업체를 인수해 가상현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5년여 만에 아예 사업을 접은 것이다.

메타버스에 엄청난 투자액을 쏟아부으며 회사명까지 바꿨던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플랫폼(이하 메타)도 이 부문 사업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모습이다. 메타가 지난 14일 밝힌 추가 1만명 해고 대상에 메타버스 사업 부문 엔지니어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AI는 28차례 언급했지만 메타버스는 7번밖에 입에 올리지 않았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급속히 식어버린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이 전면 금지돼 가상현실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관심이 증폭될 줄 알았는데, 여러 메타버스 콘텐츠 이용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용자들이 아바타로 어울릴 수 있는 가상세계의 부동산 가격은 팬데믹 기간인 지난 3년 동안 폭락을 거듭했다. 메타버스 토지 매매를 추적하는 사이트인 위메타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시세는 1년 전보다 90%나 하락했다.

메타의 자체 가상현실 세계인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이용자 수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만명이 채 되지 않아 목표치 5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WSJ은 메타버스 관련 투자가인 매튜 볼의 말을 인용해 “지금 많은 사람이 확인하고 있는 것은 메타버스의 보편화가 아직은 먼 얘기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의 몰락은 챗GPT 급부상에 따른 AI에 관한 관심 증가가 큰 몫을 차지했다”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는 애초 메타버스에 투자했던 금액보다 수십 배 이상 크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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