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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조폭 삼합회, 北 석유 밀수에 개입”… 남포항서 반입 포착

FT·英 왕립군사연 공동 조사 결과
삼합회 연계 석유 무역상 유조선
대만에서 정제유 싣고 북 영해로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석유 밀수에 홍콩 폭력 조직 14K 삼합회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제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이후 북한은 삼합회나 일본의 야쿠자 등 다국적 범죄 조직을 활용한 밀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현지시간)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5일 오전 10시39분 유조선 ‘유니카’는 북한 남포항 서쪽 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접선했다. 약 3시간 동안 케이블 선으로 연결된 두 선박에선 불법 석유 반입으로 추정되는 작업이 진행됐다. FT는 “유니카호는 홍콩에서 북한으로 직행하는 외국 선박 중 하나”라며 “2019년 이후 최소 23차례 북한이나 북한의 배타적 경제 수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카는 삼합회와 연계된 것으로 지목된 홍콩 석유 무역상 게리 토가 소유하고 있는 유조선이라고 FT는 설명했다. 토는 ‘마카오 도박왕’으로 불린 앨빈 차우(중국명 저우줘화) 선시티 창업자의 비즈니스 파트너다. FT는 “미국은 14K 삼합회 리더로 차우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14K는 삼합회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폭력 조직으로 알려졌다. ‘부러진 이빨’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목 완 콕코이(尹國駒)는 1998년 5월 마카오판 ‘범죄와의 전쟁’ 과정에서 체포됐고, 2012년 출소했다. 차우는 그의 후계자로 알려졌다고 FT는 보도했다.

FT와 RUSI는 “북한을 동아시아 전역의 기업과 개인 등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로 100개 이상의 회사와 부동산, 선박, 개인 등을 확인했다”며 “그 핵심 인물이 차우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차우는 중국 본토를 대상으로 원정 도박과 온라인 도박을 알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차우의 사기 액수는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T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북 석유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유니카호를 통한 정제유 밀반입 패턴은 비슷했다. 당국의 감시나 제재를 받지 않는 ‘깨끗한 선박’이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타이중 항구에서 정제유를 싣는다. 이후 해당 선박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대만해협에서 정제유를 중개 선박으로 옮긴다.

중개 선박은 대만 해협에서 다시 유니카와 접선하고, 이후 유니카는 중국 해안을 따라 북한 영해로 들어간다. 북한 해상에서 밀수된 정제유는 남포항에서 연료 트럭으로 옮겨지고, 다시 평양 등으로 배송된다. 이 같은 과정은 플래닛랩, 에어버스 등 위성업체 사진 등으로 확인됐다.

FT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의 한 자회사가 마카오의 한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달러 상당의 석유를 사들였다”며 해당 사업가 역시 차우 및 삼합회와 연계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이후 국제 감시 노력으로 단순 밀수 조직들이 무너졌고, 더 정교한 형태의 밀수 능력을 지닌 다국적 범죄조직이 북한의 밀반입 핵심 네트워크로 떠올랐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실제 RUSI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유니카호가 14차례 북한으로 넘긴 정제유는 최대 48만9166배럴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FT는 “유엔 패널 보고서를 분석한 북한전문매체 NK 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정제유 불법 수입은 2021년 대비 70%나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FT는 “북한은 삼합회와 일본의 야쿠자와 같은 외국 조직범죄 집단의 해외 조달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며 “노련한 범죄자들은 북한에 세계적인 밀수, 유통 및 자금 세탁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RUSI는 “북한이 제재를 피하고 무기 프로그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삼합회와 같은 범죄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상세한 증거”라며 “이러한 네트워크는 북한이 핵전쟁으로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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