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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겨울전쟁

고승욱 논설위원


1939년 11월 소련의 붉은 군대가 핀란드를 침공했다. 그해 8월 독일군이 폴란드 국경을 넘으면서 유럽에서는 이미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때였다. 영국·프랑스 군대는 마지노선을 떠나지 못했고, 북유럽의 맏형 스웨덴은 전쟁의 불꽃이 번질 게 무서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인구가 370만명에 불과했던 핀란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전차 2500여대를 앞세운 소련군 54만여명과 싸워야 했다. 겨울전쟁으로 불리는 1차 소련·핀란드 전쟁이었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의 목표는 명확했다. 1809년부터 러시아제국의 영토였고,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혼란 중에 독립한 핀란드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소련은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은 뒤 폴란드를 절반씩 나눠가졌고, 발트 3국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다음 목표는 바로 북쪽에 있는 핀란드였다.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

4개월 뒤 핀란드는 소련에 항복했다. 평화협정의 대가는 국토의 10%. 그중에는 조선업 중심지 카렐리야 지방도 있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소련의 참패였다. 소련군 54만명 중 12만7000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20만명에 달했다. 핀란드는 소련 전차를 ‘몰로토프 칵테일’이라고 부른 화염병으로 저지했다. 흰 스키복을 입은 저격수들은 유령과 같았다. 핀란드군 1개 연대가 소련군 3개 사단을 전멸시키기도 했다. 기세등등했던 스탈린은 평화협정을 명분으로 철수해야 했다. 이후 2차 전쟁 등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핀란드는 소련에 병합된 발트 3국 등 인근 국가들과 달리 나라를 온전히 지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핀란드는 70년간 유지했던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신청했다. NATO에 들어가려면 기존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데 끝까지 반대했던 튀르키예가 지난 28일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지구에는 초강대국을 이웃에 두고 살며 생존을 고민하는 나라가 많다. 그중 핀란드의 선택이 유독 눈에 띈다. 우리가 배울 게 적지 않아서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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