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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금강 줄기 따라 추억이 주렁주렁

옛 이야기 지줄대는 충북 옥천의 봄 풍경

충북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 옥천금강수변친수공원에 조성된 유채꽃밭. 푸른 버드나무와 노란 유채꽃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가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이곳에서 다음 달 14일까지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충북 옥천(沃川)은 봄 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錦江)은 옥천 골짜기를 남에서 북으로 굽이굽이 휘돌아 가면서 기름진 토양과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았다. 금강 따라 산책로가 수려하고, 대청호에 합류하는 물줄기들은 풍요로운 수향(水鄕)의 고장을 낳았다. 그윽한 강변 풍경과 봄꽃을 만끽하는 여행길을 선사한다.

충북 영동에서 옥천으로 내려온 금강 물줄기는 이원면을 잠시 적신 뒤 동이면으로 이어진다. 올봄 동이면 적하리와 금암리에 노란 유채꽃이 장관이다. 이곳에서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한 달 간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축제는 처음이지만 이곳 유채꽃 단지는 빼어난 경관으로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봄철 상춘객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가을 금강 옆 둔치 8.3㏊에 1000㎏의 유채 씨앗이 파종됐고, 데크와 전망대·포토존도 설치됐다. 유채가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노란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유채꽃이 버드나무 신록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방문객들은 금강을 끼고 유채꽃밭을 유유히 걸으며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가족·연인들은 유채꽃을 배경으로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신록을 두른 왕버들과 연둣빛 비친 금강변은 글자 그대로 녹색 비단처럼 곱다. 너른 자갈밭을 두른 적하리 금강 변에서 신록의 숲이 강물과 어우러지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막대풍선처럼 길게 뻗은 부소담악.

금강은 흘러 군북면 이평리 대청호에서 ‘아름다운 서쪽의 냇가’ 서화천(西華川)을 만난다. 소옥천(小沃川)이라고도 불리며, 아픔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금강 지류다.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군북면 추소리에서 천혜의 절경 부소담악과 마주친다. 대청호 위로 길게 뻗은 기암절벽(병풍바위)으로, 길이가 700m에 달한다. 가늘게 이어진 석벽이 막대풍선을 불어놓은 형상이다. 부소담악의 석벽 가운데 난 오솔길을 따라 정자 추소정에 닿을 수 있다.

추소리와 이웃하고 있는 마을은 지오리다. 이곳에 ‘서화천생태습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서화천이 금강 본류와 합쳐지기 전에 각종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인공습지다. 전체 조성면적은 15만5000㎡, 습지면적은 3만4500㎡다. 생태습지 전망대에 오르면 환산(고리산·583m)과 마주할 수 있다. 환산과 서화천과 인공 습지가 만들어 내는 풍광이 그림 같다.

국내 서당 최초로 보물에 지정된 이지당.

지오리에서 상류로 조금 올라가면 국내 서당 가운데 최초로 보물로 지정된 이지당(보물 2107호)이 나온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의병장이었던 조헌이 후학들을 가르치던 서당이다. 조헌은 경기도 김포 출생이지만 충청도 보은 현감으로 있을 때 인연으로 이곳에 낙향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으로 나섰다가 금산성에서 의병 700명과 함께 전사했다. 금산에 칠백의총이 있고, 옥천군 안남면 도농리에 조헌의 무덤이 있다.

이지당의 본래 이름은 서당이 있던 지명을 따서 지은 각신서당이었다. 훗날 우암 송시열이 ‘시전(詩傳)’에 있는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 즉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는 뜻의 문구에서 끝의 ‘지(止)’자를 따서 이지당(二止堂)이라고 고쳐 불렀다. 서당은 정면 6칸, 측면 1칸의 목조 기와집이다. 몸체는 서쪽부터 방 2칸, 대청마루 3칸, 방 1칸을 두고 있다. 그 양쪽에는 익랑(건축물의 좌우 면에 이어 만든 부속 건물)이 있다. 서쪽 익랑은 2층 누각으로 꾸며져 있다.

백제 성왕의 전사지인 구진벼루.

이곳에서 상류로 좀 더 올라가면 구진벼루다. 한쪽이 석벽으로 이뤄진 천변이다. 이곳은 약 1500년 전인 554년 백제 26대 성왕이 신라 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인 김무력 장군에게 붙잡혀 생을 마감한 곳이다. 웅진에서 부여로 천도하면서 백제 부흥을 이끌려던 성왕은 신라와 맞선 관산성 전투에 나선 아들 창이 위기에 처하자 근위병 50여명을 이끌고 갔다가 기습을 받았고 구진벼루에서 참수당했다. 백제군도 대패했다. 이때부터 백제의 국운은 기울기 시작해 100년쯤 뒤 백제의 역사도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여행메모
금강IC 인근 유채꽃 축제장
도리뱅뱅이·올갱이·생선국수…

유채꽃 축제장에서 가까운 적하리 금강 변.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옥천금강수변친수공원은 경부고속도로 금강나들목에서 가깝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옥천나들목에서 빠져 읍내를 지나 501번 지방도를 따라가도 된다. 서화천생태습지는 국도 4호선 옥천~군북 구간 중간지점에서 하천을 따라 2㎞ 정도 내려가면 만난다. 구진벼루는 옥천나들목에서 가깝다. '백제국 26대 성왕 유적비'가 서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화천생태습지.

옥천에는 '도리뱅뱅이' 마을이 있다. '도리뱅뱅이'란 피라미를 잡아 배를 따고 내장을 꺼낸 뒤 기름에 튀겨서 고추장 양념을 바른 요리다. 고소한 맛과 양념의 매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 또 다른 음식은 올갱이(다슬기) 요리다. 민물고기를 푹 끓여낸 생선국수도 맛있다.



옥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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