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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덕의 AI Thinking] “생성 AI, 인간의 상상력·기술과 결합할 때 더 빛날 것”


1945년 5월 독일이 패전하면서 덴마크 해변의 지뢰밭에는 4만5000여명에 달하는 소년병이 포로로 잡혀 있었다. 지뢰 해체작업에 투입된 소년병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소년들은 지뢰가 터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지뢰를 탐지했으나 기술의 한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년병들은 금속탐지기 등으로 지뢰를 탐지하며 공포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이 스토리는 독일과 덴마크의 합작 영화 ‘지뢰의 땅(Land of Mine)’에 소개된 바 있다.

소년병들에게 ‘지능’은 무엇일까? 지뢰 탐지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안전하게 해체하는 능력, 아울러 상황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면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능력 등일 것이다. 이런 인지적 능력에 더해 슈만이라는 소년병은 좀 더 특별한 지능을 보인다. 즉 ‘지뢰의 땅’에서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들을 괴롭히는 상사와 교섭하고 겁에 질린 소년병들을 어른스럽게 잘 이끄는 EQ 지능(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럼 인공지능(AI)은? AI는 먼저 ‘지도학습’을 통해 지뢰를 식별하고 사람과의 위치, 다른 매설물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잘 훈련된 AI 로봇을 통해 지뢰를 제거한다. 지뢰를 잘못 건드리면 치명적 손상을 입기에 AI 로봇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강화학습으로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높인다. 학습, 추론, 식별에 이어 인간의 행동 패턴까지 학습해 실수를 최대한 줄인다.

마지막으로 생성 AI는 어떨까? 트랜스포머 기계학습과 휴먼 피드백을 병행해 지뢰 폭발 사고를 줄이고 정확도를 극대화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지뢰를 탐지하고 해체해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인다. 인간의 직관적 능력에 못지않은 데이터 통찰력으로 남다른 능력에 다가서게 됐다. 게다가 AI는 결코 지치는 법이 없어 쉬지 않고 수행하기에 아인슈타인에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보인다. AI 로봇은 감정도, 두려움도 없이 무심하게 지뢰를 탐지하고 해체하는 능력을 보인다. 그런 능력과 근성을 두고 AI를 단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능’으로 보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필자가 챗GPT4에서 생성한 이미지들. 지뢰를 탐지하는 소년병, 아인슈타인, 지뢰를 탐지하는 AI로봇 (왼쪽부터).

과연 기계에 지능이 있을까? 자율주행차는 기계에 지능이 있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사실 AI가 ‘지능(intelligence)’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AI 역사는 아직 50년 남짓이다. 튜링의 기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챗GPT 등을 거치면서 AI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인류 최초의 컴퓨터로 독일의 암호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앨런 튜링은 기계에도 최소한의 지능이 있으며, 계산될 수 있는 모든 것은 자동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AI 성능을 테스트하는 질의응답에서 기계(컴퓨터)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그 기계는 튜링 테스트에 통과한 것이며 최소한의 지능을 가진 것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프로그래밍이 된 시스템에서 나오는 훈련된 동작일 뿐이지 “진짜 인간에게 작동하는 방식의 지능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딜로이트 인사이트’(2023년 4월호)에 따르면 챗GPT의 토대가 된 트랜스포머 모델(2017년) 이전에는 단지 8배였던 AI 연산 능력이 이후 2년 동안 275배 성장했다고 한다. GPT4의 능력은 소설 습작, 이미지 생성, 코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속도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능가했고 언제 어디서든 잠들지 않는 근성, 빠른 속도와 자동화에 더해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높여 ‘증강지능’으로 손색이 없다. 인간보다 높아진 증강지능을 기반으로 AI는 성능 개선과 의사결정 지원, 고객 맞춤형 추천 등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지뢰 해체 과정에서 보았듯이 인간은 기술이 있어도 지치고, 공포감에 시달린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지뢰를 해결하는 데 우주의 원리와 직관력, 통찰력을 더했을지 모르지만, 그도 ‘지뢰의 땅’에서는 공포에 벌벌 떨면서 천재성의 스위치가 꺼졌을지 모른다. 그 점에서 아인슈타인은 ‘약 AI’(weak AI) 기계만도 못하다. 하지만 인간은 남다른 감성과 창조 능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수학·과학의 논리 못지않게 감성도 창조와 리더십으로 직결된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음악의 감성과 작곡의 논리 구조에서 직관력을 얻었다. 직관의 힘 덕분에 그는 상대성의 원리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제 생성 AI 시대가 열리며 AI와 인간 지능이 멋지게 만나는 협업지능(CQ:Collaborative Intelligence Quotient)이 탄생한다면 인류 역사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두 지능이 자유자재로 통합돼 ‘인간의 감성지능’과 ‘AI의 무심한 지능’이 합쳐져 지능이 증강된다면 장차 무슨 지능이 탄생할까. 신을 닮은 호모데우스(Homo Deus)의 지능이 탄생할까. 초거대 증강지능이 탄생할까.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AI 힘을 빌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데우스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다. 호모데우스는 라틴어로 Homo(인간)와 데우스(Deus=God)를 결합한 조어로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그는 유전공학 기술로 인간의 유전자를 개량하고 새로운 장기를 이식받아 완벽하게 설계된, 젊고 건강한 육체를 지닌 초인적 능력의 호모데우스가 탄생하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 포인트가 있다. 챗GPT의 성능을 높인 핵심 요인은 결국 AI 모델이 생성한 결과가 얼마나 우수한가를 판단하는 휴먼 피드백에 있었다는 점이다. 즉 AI 지능(AIQ)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닌 인간의 지성과 함께하는 공진화(coevolution) 과정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생성 AI는 컴퓨팅 파워와 빅데이터를 제외하면 모두 인간의 지능에 깊이 다가서면서 성과를 낳았다. 그런 점에서 AIQ는 ‘호모데우스’가 아니라 ‘호모사피엔스’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음악에서 과학을 얻은 아인슈타인을 다시 소환해볼 때다. 생성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AI 기술에 앞서 인문학적 깊이와 상상력의 필요성도 높아질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상상력과 기술이 결합할 때 AI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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