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어도 더 일할 것” 68%… 정년연장은 선택 아닌 필수

[인구가 미래다!] <4부> 너무 빨리온 고령사회 ④ 60세 이상 인구 25% 첫 돌파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지난 10일 한 시민이 구인게시판 정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3만2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35만4000명 늘었다. 연합뉴스

한국의 근로자에게 정년은 ‘두려움’이다. 법으로 정해진 정년 나이는 만 60세지만, 이 시기에 노동시장을 떠나 안정적 노년을 즐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렵고, 이마저도 수급 개시 시점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면서 ‘소득 공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고령의 근로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더 길게’ 일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 정년 연장으로 대표되는 계속고용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초고령사회 눈앞…노동시장도 변한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45만2000명 증가한 585만8000명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987년 처음 100만명을 넘었고 2001년에 200만명, 2012년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증가폭은 더욱 커져 2017년 400만명, 2020년 500만명에 이어 지난해 말 600만명을 넘어섰다.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20.9%로 이미 10·20대(14.2%)와 30대(18.9%)를 뛰어넘었다.


노동시장에서 청년을 노인이 대체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 수급 대책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65세로 편입되는 2024년에 정점(63.5%)을 찍고 이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가능인구는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청년층 비중이 2020년 19.9%에서 2030년 14.7%로 떨어지고, 50세 이상 장년층 비중은 반대로 2020년 45.8%에서 2030년 55%로 높아질 전망이다.

은퇴 후에도 왜 쉴 수 없나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국민들이 고령화 사회라는 현실을 점차 피부로 느끼고 있고, 은퇴 후 상당수 노인이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년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수년간 공백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200만원 이상 노령연금을 받는 인원이 전체 수급자의 0.1%에 불과해 노후에도 경제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72.6세로 초고령사회인 일본(70.8세)보다도 높았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55~79세 고령자 중 68.5%가 장래에 더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취업을 희망하는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7.1%로 절반을 넘었다.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는 34.7%를 차지했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 인구가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였다. 55~59세가 69세, 60~64세가 72세, 65~69세가 75세로 답하는 등 법정 정년인 60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장기적이고 세밀한 정책 필요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이나 고령층 고용촉진은 해외에서도 중대 이슈다. 최근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 일본 등이 단계적으로 정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법적 정년이 60세로 동일하지만 2012년부터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해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근로자가 원하면 정년 후에도 이들을 재고용하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고령자고용안전법을 개정하고 근로자에게 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정년을 70세까지 늘린 것이다. 대신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위탁계약 등으로 변경해 인건비를 20~50%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재고용·정년 연장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회 등을 통해 연말까지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2월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노사정 회의 및 국회 심사 모두 입법 시기에만 집중되고 단절돼, 후속대책이 마련되거나 정부 정책을 점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시일 내에 정년 연장 법제화가 쉽지 않은 만큼, 연속성 있는 회의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에서 통과된 후 3년 만에 비교적 빠르게 시행되면서 공공기관과 대기업 위주로 도입됐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정년 연장은 고스란히 기업의 임금부담이 된다.

이에 정년 안착과 고용보험제도 정비, 민간형 노인일자리 창출,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증진 등 고령층 고용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조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배재윤 부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소득 불안정에 대한 문제를 가장 크게 겪고 있고, 현장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어르신들도 다수”라며 “근로 선택의 여지가 개인에게 있는지, 국가에 있는지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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