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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B증권 유동성 위기 ‘위장 거래’로 덮었다

하나증권과 불법 채권거래 의혹
금리 급등으로 900억 평가손실
금감원, 전 증권사로 조사 확대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KB증권이 기업 등 법인 고객에게 단기 투자 상품을 팔며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자산 운용’을 하다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KB증권은 이 과정에서 900억원에 이르는 평가손실을 낸 뒤 이를 감추기 위해 하나증권과 불법적인 ‘자전거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부터 하나증권을 수시 검사 중인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KB증권에 대한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KB·하나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 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법 자전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10여곳 이상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22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KB증권은 특정금전신탁(MMT) 등 랩어카운트와 채권형 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랩어카운트와 채권형 신탁은 여윳돈을 3개월 등 단기로 굴리고 싶은 법인 고객 자금을 증권사가 맡아 운용하는 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MMT의 경우 국공채 등 우량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 기준금리보다 0.5~1% 포인트 높은 연 수익률을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KB증권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욕심에 장기 채권을 사들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증권은 ‘3개월짜리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해 유치한 법인 고객 자금을 만기 1·3년 여신전문금융채(신용카드사·캐피털사 등이 발행한 채권) 등에 투자했다”면서 “만기가 도래했거나 환매(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는 새 고객에게 받은 자금을 내주는 돌려막기식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가 뛰면서 KB증권의 이런 영업 관행에 비상이 걸렸다. 기준금리 급등에 따라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법인 고객 자금으로 투자했던 장기채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당시 KB증권이 MMW 수익률 폭락으로 인해 냈던 평가손실은 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같은 해 9월 ‘레고랜드 사태’가 겹쳐 채권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KB증권은 만기 도래, 환매 요구 법인 고객에게 돌려줄 돈마저 구할 수 없게 됐다.

KB증권은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하나증권과 손을 잡았다.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해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인 것이다. 불법 자전 거래 소지가 있는 행위다. KB증권은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자기자본을 털어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불법을 불법으로 막은 KB·하나증권 행각이 중대한 모럴 해저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이런 관행이 증권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보고 검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KB증권이 첫 타자로 걸렸을 뿐 여러 증권사가 이런 행각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진욱 임송수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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