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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잡는 ‘하늘의 방패’ 극초음속 ‘킨잘’도 잡을까

‘킨잘’ vs ‘패트리엇’ 우크라戰 창과 방패 대결
“뭐든 뚫는다” “뭐든 막는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극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8년 3월 ‘킨잘(Kinzhal)’을 소개하며 ‘천하무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건 물론 미래에 갖춰질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모두 뚫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푸틴 대통령의 확언처럼 현존 방공망은 킨잘로 대표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에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킨잘의 아성은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언이 개발한 미사일 방공체계 패트리엇(PAC-3)이 전면에 나서면서 흔들리고 있다. PAC-3은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중 가장 최신형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패트리엇으로 킨잘을 요격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성공적인 포격이었다는 취지로 상반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엇갈린 주장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창’ 킨잘과 미국의 ‘방패’ 패트리엇의 싸움으로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킨잘 vs 패트리엇 2차례 충돌… ‘엇갈린 주장’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킨잘과 패트리엇의 대결이 공식 확인된 것은 개전 이래 두 차례다. 우크라이나 내 패트리엇 방어체계는 지난달 인도받아 갖춰진 것으로 현재 두 대의 포대가 운영 중이다. 하나는 미국이 지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공동 지원했다.

첫 대결은 지난 4일 밤 나왔다. NYT는 이틀 뒤 키이우 상공에서 킨잘이 격추됐다고 전하면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서방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첫 증거”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타격하려다 오히려 되치기당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를 활용해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점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대결은 지난 16일 펼쳐졌다. 우크라이나군은 패트리엇을 통해 러시아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18발을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군 참모부는 격퇴한 18발에 킨잘 6기가 포함돼 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자신들이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패트리엇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마하 12로 날아 꽂힌다, 러시아 창 ‘킨잘’
AP연합뉴스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두 국가의 상반된 주장 속에 킨잘과 패트리엇의 대결 구도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모두 세계 정상급 첨단 기술로 구축된 시스템인 만큼 이 같은 양상이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의 방공망을 깨뜨리기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만큼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는 물론 중국 기술도 러시아에 미치지 못한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한다. 킨잘 외에도 함정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방가르드’까지 3종을 실전에서 사용 중이거나 배치 단계에 있다. 이 중 킨잘은 최대 마하 12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사거리는 15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빠른 속도는 킨잘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약점이 되기도 한다. 캐나다 군사 전문 매체 ‘칸와디펜스리뷰’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적외선 신호가 매우 강해 조기에 쉽게 탐지될 수 있고, 패트리엇은 요격할 만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설명했다.

현존 최강 ‘방패’ 패트리엇
AP연합뉴스

패트리엇의 명성이 확인된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다른 방공망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방공시스템 ‘아이언돔’과 ‘다윗의 돌팔매’가 대표적이다. 아이언돔은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서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지난 10일 아이언돔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가 발사한 270여발 중 3발만 제외하고 모두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독일제 전방위 방공시스템 ‘IRIS-T SLM’도 최첨단 무기로 평가된다. IRIS-T 방공망은 트럭 탑재 미사일 발사기와 미사일, 지휘 차량으로 이뤄진다. 전투기로부터의 공격은 물론 무인기 비행체 드론, 순항미사일과 돌발적인 포탄, 로켓탄까지 막아낼 수 있다.

미국의 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나삼스(NASAMS)’도 능력을 인정받은 방공시스템이다. 2005년부터 미국 백악관과 의사당 방어를 위해 사용돼 왔으며 최대 사거리는 160㎞ 이상이다.

그러나 이들 방공망은 패트리엇만 못하다는 게 외신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지원받은 방공망을 바탕으로 여러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평판만 놓고 보면 패트리엇이 단연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패트리엇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 군은 패트리엇과 천궁2 등을 배치하고 있다. 첫 국산 요격미사일이기도 한 천궁2는 최대 요격고도 15㎞로 이른바 ‘힛 투 킬(Hit-to-Kill)’ 방식으로 목표물에 직접 부딪혀 파괴한다.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의 가장 큰 단점은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최대 8개의 발사대를 비롯한 발전장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발사대마다 미사일 요격체가 4개씩 들어 있다.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대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가 든다. 절반인 6억9000만 달러(약 9090억원)가 미사일 비용이다.

유지 과정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우크라이나 측에서 패트리엇 포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설령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더라도 막대한 물자를 소비하는 소모전 양상으로 가면 미국의 지원 규모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 사설에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지 않고 이대로 방공망을 소진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전략이 될 수 없다”며 “필요한 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라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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