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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고리 고정 안된 채 공사판 투입됐다 추락사

강남 재건축 현장서 20대男 사고

빈소엔 유족·지인들 황망함 가득
대학 중퇴 후 3년간 일용직 근무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20대 젊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온 이모(25)씨는 지난 22일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2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이씨 빈소에는 유족과 지인들의 황망함이 가득했다.

이씨는 22일 오후 한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 지하 2층 주차장에서 건축물 구조 안정을 위한 보강 지지대(잭 서포트) 인양 작업을 하던 중 7m 아래 지하 4층으로 떨어졌다. 이씨는 사고 11분 후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씨가 근무한 건설현장은 5만1000㎡(축구장 면적의 7배) 부지에 1261가구의 35층 아파트 9개동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공사를 중단시켰다.

경찰과 고용부 등에 따르면 당시 2인1조로 현장에 투입됐던 이씨는 안전고리가 연결된 보호대를 착용했다. 하지만 보호대에 달린 안전고리가 추락 방지용 구조물에 고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 내사 중이다.

대학을 중퇴한 이씨는 군복무를 전후해 3년가량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고 한다. 빈소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 A씨(25)는 “힘들다고 연락하면 언제나 달려오던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가 ‘다른 곳으로 취업 준비를 해보려고 해도 막상 일을 마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의 나는 꿈을 가질 수 없다’고 토로하고 공감했던 때가 최근 일”이라며 “술자리에선 ‘나중에 카페를 차리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축구를 좋아하고 교우 관계도 좋은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고교 동창 김모씨는 “2주 전에도 주말에 같이 풋살을 하고 집에 데려다 줬는데, 그 다음날 일찍 공사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면서도 일용직 취업을 고민하는 내게 ‘막노동도 벌이가 괜찮다’며 오히려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25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들은 “가족들과 가깝고 또 착실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빈소에는 이씨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건설사는 이번 사고에 대해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안전 교육은 문제없이 진행했다”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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