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살 돋은 관광천국… 다시 그 매력에 빠지다

눈이 즐거운 홍콩

홍콩 디즈니랜드 거리.

환난의 시절이 지나고 찾아온 홍콩의 여름은 뜨겁고 아름다웠다. 바다를 앞마당 삼아 걷는 한낮 거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의 흔적도, 치열하게 타올랐던 민주주의 투쟁이 남긴 상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헐떡거리던 숨을 고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간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색다른 시선이 익숙한 듯 오늘도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빅토리아 해변… 매혹적 건물
홍콩 스타의거리 이소룡 동상.

홍콩의 상징인 침사추이 빅토리아 해변은 할리우드 ‘명예의 길(Walk of Fame)’을 본떠 만들었다. 연인의 거리로도, 스타의 거리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홍콩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지만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 물비늘과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지는 해풍은 한가로운 대낮 산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 가득한 묘미다. 남쪽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장국영과 이연걸, 성룡과 여명, 유덕화 등 홍콩 영화가 한국 대중문화를 주름잡던 그 시절도 만나볼 수 있다.

홍콩에는 빼어난 외관을 지닌 매혹적인 건물이 많다. 많은 이들이 닥지닥지 붙은 채 쓰러져 가는 낡은 건물과 하늘을 보고 치솟은 마천루를 떠올리지만 서방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동양의 풍수를 적용한 독특한 건축문화는 홍콩의 큰 매력이다.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해변 산책로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센트럴.

멀게는 한때 아시아 최고층 빌딩으로 꼽혔던 호프웰센터(1980년 완공),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홍콩상하이은행(1985년 완공)부터 가까이는 헤르조그 앤드 드뫼롱이 건축한 엠플러스뮤지엄(2020년 완공)까지.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다채로운 야간경관을 만들어내지만 홍콩 건축물이 가진 진짜 매력은 자연과 인근 건물, 도로가 한데 어우러져 선사하는 한낮의 풍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인의 혼을 담은 야우마테이

홍콩 전통 시장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야우마테이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이곳에는 6~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주방용품 가게들과 금은방이 즐비하다. 대부분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진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살아온 어부들이 은행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 수십년간 가업을 이어온 이들은 칼도 도마도 프라이팬도 단순한 ‘용품’이 아닌 ‘작품’으로 여긴다. 공장에서 방금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한 촉감과 고른 표면에는 흔들림 없이 장인정신의 가치를 지켜왔던 이들의 혼이 투영돼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에 걸쳐 100여년간 칼 가게를 운영 중인 ‘만기 도마’의 업주는 “주조부터 마무리 손질까지 모든 가공을 직접 해낸다”고 말했다.

홍콩의 정체성, 홍콩 디즈니랜드

2005년 개장한 홍콩 디즈니랜드는 디즈니의 다른 테마파크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자랑한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홍보 담당자 안젤라 윙은 “전 세계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디즈니랜드는 단언컨대 이곳뿐”이라고 자신했다. 이곳에는 다른 디즈니랜드의 전통, 권위 양식 등의 관념들을 깨뜨리고 도시 특유의 미적 형식이 반영됐다. 거닐다 보면 도시 정체성의 핵심인 자유와 민주적 원칙, 정치적 다원성까지 상징적 가치를 만나볼 수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 마법의성 불빛쇼.

영국도 중국도 아니었던 홍콩의 분열적 정체성은 디즈니성에서 펼쳐지는 불빛 축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로불사(生老病死)’라는 주제로 화려한 불빛 쇼가 풀어놓는 디즈니 콘텐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풀어놓는 영혼의 아름다움과 생로불사라는 동양 철학의 생동감이 혼합된 공간해석이다. 전혀 섞일 수 없으며 대치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두 성질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이것은 서구의 민주적 가치와 중화 의식이 홍콩에서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불빛 축제가 끝날 때쯤이면 다 큰 어른의 눈에서도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이들은 오색찬란한 불빛과 관람객들의 환호 속에서도 한갓지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엔 화려한 건축풍에 감탄하던 이들도 불빛 축제를 보고 나면 저 성의 건축 양식이 가톨릭인지 비잔틴인지 고딕인지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홍콩 디즈니랜드에 방문하는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관람이 가능한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리모델링을 한 뒤 화·목요일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야경 한눈에 빅토리아 피크

홍콩섬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은 서울의 밤과는 또 다른 생동감을 자랑한다. 어스름 저녁의 달빛과 네온사인에서 새어 나온 형형색색의 불빛이 밝히는 도심은 거대한 건축박물관을 연출해낸다. 이 거대한 건축 전시장을 보고 있으면 현란한 빛의 향연이 시작되는 듯한 착각도 든다.

빅토리아 피크는 554m 높이의 빅토리아산 정상을 의미하지만 보통의 관광객들에게는 400m 부근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받아들여진다. 피크트램을 이용하면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분. 피크트램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881년 5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12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전망대까지 이동했다면 호젓한 숲길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빅토리아산을 한 바퀴 도는 8㎞ 구간의 트레일 코스인 ‘피크 서킷’을 따라 걸으면 70% 이상이 녹지라는 홍콩의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다. 녹음, 풀벌레 소리 등 자연스러운 정경 속에서 걷다 보면 바람이 밀어주고 달이 끌어주는 명상적인 분위기에 젖게 된다.

홍콩=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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