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폭탄에 구금, 공연 취소… 중국 ‘문화검열’ 공포

시진핑 “올바른 방향 고수하라”
공연 취소 사태… 비판 풍자 차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쇼 같은 각종 공연이 돌연 취소되는 등 문화 검열 선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중국 전역에서 최근 며칠 동안 수십개의 공연이 시작 직전에 갑자기 취소됐다면서 “중국을 순회하는 일본 합창단, 코미디 쇼, 재즈 연주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문화 검열 분위기는 시 주석 발언을 패러디한 코미디언이 당국 조사를 받은 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해온 중국 코미디언 리하오스는 지난 13일 한 공연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는 모습을 보며 “태도가 우량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표현이 ‘당의 지휘에 따라 싸우면 이기는, 태도가 우량한 인민군대 건설’을 강조한 시 주석의 말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중국 당국은 하우스와 소속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200만 달러(26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 하우스를 두둔한 여성은 구금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행동에 멈춤이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직업의 마지노선이자 업계의 공감대가 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3년의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등이 각종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당국의 고강도 방역정책에 반발한 ‘백지 시위’가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으로 향하지 않도록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영화와 방송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부각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NYT는 시 주석이 지난 23일 국립미술관에 “올바른 정치적 방향을 고수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예술과 문화를 탄압의 중심으로 삼아 중국 정체성에 대한 민족주의적 비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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