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사진이 가득’ 여중생이 페이스북에 남긴 SOS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사들의 24시

오후 8시~오전 4시 가장 많이 올라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손 내미는 게 중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의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사 A씨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던 B양과 소셜미디어로 인연을 맺었다. B양은 페이스북에 자해 사진 한 장을 올렸고, 이를 발견한 A씨는 다급히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B양은 “힘들다.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B양 계정에는 이미 과거 자해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와 있었다. 양팔엔 상흔이 수두룩했다. A씨는 B양을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연계해 줬다. 수개월간 상담을 받은 B양은 올해 고등학교에 무사히 진학했다. B양은 “나를 도와준 것처럼 나도 상담사가 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사는 온라인상에서 자살과 자해, 가출, 성매매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상담사 14명이 위험 신호를 감지해 위기 청소년을 돕는다. 지난달 서울 강남 여중생 투신 사건 이후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지만, 상담사들은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상담사 A씨는 25일 “사이버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한 3년 전에 비해 자해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며 “점점 자해가 청소년들이 힘들 때 해소 방법의 하나로 선택하는 상황이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아웃리치의 청소년 자살·자해 상담 건수는 5384건에 달했다. 이 중 상담복지센터나 일시보호쉼터 등으로 연계된 경우는 1423건이었다.


상담사들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기록과 SNS 친구 목록까지 일일이 살핀다.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신고 조치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상담사가 발굴해 메신저 상담을 이어가던 한 학생이 갑자기 “자살하러 강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긴 일도 있었다. 반복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언급해 왔던 터라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 상담사가 경찰에 신고해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위기 청소년이 주로 글을 올리는 시간대는 하교 뒤인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다. 방학 기간에는 더 많은 글이 게시된다. ‘나처럼 힘든 사람은 메시지를 달라’며 실시간으로 자해 모습을 올리거나, 자해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자살할 건데 같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도 흔히 목격되는 실정이다. 상담사들은 최근 아이돌 멤버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2주간 집중 모니터링을 했다. 사건 직후 팬클럽 등을 중심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많아서다. 상담사들은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해 관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집중감시에 나선다.

상담사들은 위기 청소년이 남기는 글을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살·자해 관련 글을 올리는 청소년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응답률이 높다고 했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냐’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냐’ ‘고민이 있는데 얘기해도 되냐’ 등의 메시지를 먼저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상담사는 “답장은 하지 않더라도 메시지 하나에 ‘내게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며 위로를 받는 친구들이 많다”며 “위기 청소년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