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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끝 모를 ‘조국의 강’

나성원 사회부 기자


조국 전 장관, 1심 유죄에도
법정 밖 여론전으로 또 국민
분열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딸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시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민씨의 2015년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원서 등에 적힌 공주대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동양대 총장 표창장 수상 이력이 당락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은 27일 자신의 주장 근거는 부산대 조사결과서라는 페이스북 글도 올렸다.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가 ‘조씨의 1단계 서류전형 통과는 공인영어성적이 월등히 우수했기 때문이고, 2단계 면접전형은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조사결과서는 정씨(부인 정경심) 2심 형사판결 이후 공개됐다. 즉, 형사판결은 위 결과서가 없는 상태에서 내려졌다”고도 했다. 판결에 빠진 부분이 있다는 듯한 교묘한 표현이다. 글에는 소위 ‘기레기’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간 재벌 총수부터 전직 대통령까지 여러 수사와 판결이 있었지만 조 전 장관처럼 집요하게 개인 SNS 등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회 지도층이 있었나 싶다. 그의 주장은 사법부 판결과 거리가 있다. 조씨의 ‘7대 스펙’은 허위였고, 의전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으며, 합격할 수도 있었던 다른 지원자가 탈락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게 정씨 대법원 판결까지의 일관된 결론이다.

정씨 1심 판결문을 보면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입시 1단계 전형에서 영어성적 19.5점, 대학성적 28.75점, 서류평가 15.5점을 받아 합계 63.75점으로 통과했다. 1단계 합격자 30명 중 15등이었다. 당시 서류평가 점수는 11.5~18.5점까지 부여됐는데, 다른 부문보다 점수 격차가 컸다. 법원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없었다면 조씨가 15.5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 1단계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단계 탈락자 중 1번인 31등은 61.82점으로 조씨와 1.93점 차이다.

조씨는 1, 2단계 합계 92.41점으로 최종합격자 15명 중 9등이었다. 2단계 불합격자 1번인 16등은 91.22점으로 조씨와 불과 1.19점 차이다. 조씨는 2단계 인성영역 면접고사에서 평가위원 3명 중 2명으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았다. 법원은 총장 표창장이 없었다면 인성영역에서 고득점을 못 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다. 평가위원들도 법정에서 “총장 표창장은 가점 요인”이라고 했다.

부산대는 2020년 12월 정씨 1심 유죄에도 곧바로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다. ‘늑장 대응’ 비판 끝에 조사결과서 등을 내놨고 2021년 8월 조씨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 조씨 측은 부산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 4월 부산지법 1심에서 패소했다. 이 재판에서도 조씨 측은 ‘표창장 실적이 합격에 영향을 안 미쳤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지법은 조사결과서에 대해 “표창장 내역이 합격을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내용일 뿐,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은 표창장이 없었을 경우 점수표까지 제시하며 “가점을 받지 못했다면 조씨의 1, 2단계 전형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 형사 판결과 같은 결론이다.

2019년 ‘조국 사태’로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조 전 장관은 일가가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숙명여고 입시비리 사건에선 아버지와 쌍둥이 자매가 모두 기소됐고, 쌍둥이는 경찰 수사 발표 직후 퇴학당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등에 개인적 억울함은 있을 수 있겠지만 조 전 장관 일가만 유독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 중 북콘서트 행보를 펼쳐 ‘총선 출마설’까지 돌고 있다. 여기에다 법정 밖 여론전으로 또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사회 지도층, 적어도 법학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성원 사회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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