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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소리 커지는 주유소 폐업하자니 ‘억소리’

출혈 경쟁 등 10년간 1659곳 감소
폐업땐 철거·정화비용 등 1.5억
전기차 충전기 등 설치 30억 필요


주유소가 전기차 보급, 수익성 악화 등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도입하거나 폐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수억~수십억원의 비용이 필요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주유소는 지난해 기준 1만1144개로,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 1659개가 사라졌다. 최근 10년 동안 주유소는 연평균 1.4%씩 감소하는 추세다. 주유소가 줄어드는 이유는 친환경차 보급에 따라 석유 유통시장이 축소되고, 고유가에 출혈 경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영향이 크다. 2019년 기준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2.5%로 일반 도소매업(4.1%)의 절반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


주유소는 폐업할 때도 돈이 필요하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주유소를 휴·폐업할 때 위험물저장시설을 철거해야 하고,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 정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평균 1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비용에 주유소 사업자들은 오염된 토양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주유소에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발전을 합친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으로의 전환도 대안으로 꼽히지만 폐업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와 전기차 충전기 등을 설치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면서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실적으로 대기업 직영 주유소 정도만 시도할 수 있는 투자규모다.

현재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주유소 내 연료전지 설치가 금지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와 LPG 충전소 내 연료 전지 설치, 전기차 충전 이격거리 제한 등 규제 개선을 위해 특례를 받아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중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를 거치면 제도가 정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주유소 폐업과 사업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초기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조금 등 예산을 투입하거나, 자가발전 전력을 전기차 충전용으로 쓸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참여를 위한 보조금 등 예산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며 “알뜰주유소가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으로 선도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폐업 주유소를 지원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사업자가 토양 정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하면서 생기는 환경오염과 안전사고를 막자는 취지다. 다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한 폐업은 석유판매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업종과의 형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 발생, 국가 및 지자체의 중복 지원 등의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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