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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기승전 반도체’… TSMC는 山같은 존재

[대만 반도체, 飛上과 非常] <상> 대만판 실리콘밸리 르포

지난 23일 대만 북부 신주시 과학공업단지에 위치한 TSMC 혁신관 내부의 대형 화면이 식각(에칭) 공정 장면을 비추고 있다. TSMC는 내부 공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TSMC는 나라 경제를 지탱한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산(山)과 같은 존재다.” 지난 23일 TSMC 모리스 창 빌딩 앞에서 만난 직원 요우(游·35)씨는 ‘TSMC는 대만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망설임 없이 답했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新竹)시 과학공업단지 곳곳에는 TSMC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8년 이름을 바꾼 본사(모리스 창 빌딩)는 아담하면서도 강렬했다.

요우씨는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성장한 비결에 대해 고객사와의 깊은 신뢰관계를 먼저 꼽았다. TSMC의 경영 신조인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에 관한 얘기다. 이는 모리스 창 빌딩 바로 옆에 붙어 있는 TSMC 혁신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혁신관 투어는 ‘TSMC는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오직 파운드리로만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소개영상으로 시작한다. 요우씨는 “(기술유출 우려 없이) 고객사의 기밀사항을 잘 지키고 계약조건에 맞는 고객 맞춤형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TSMC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장은 3교대로 돌아가는데 인력이 충분하고 가동률이 높아 생산능력이 안정적이다. 경쟁사가 간극을 좁히기 힘든 고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정보통신기술(ICT)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20대 남성도 “TSMC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최신 공정기술경쟁력의 우위를 자랑하고 세계 1위라는 인식을 모든 대만인이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평일 오후 2시에도 TSMC 혁신관은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인파로 북적였다. 100% 예약제인 탓에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베일에 꽁꽁 싸인 TSMC의 내부 공정을 볼 수 있는 대형 화면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혁신관에는 작은 집적회로가 삶을 풍요롭게 만든 역사와 반도체가 지배하는 인류의 일상을 담았다. TSMC가 국가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비중 있게 다뤘다. 2021년 기준으로 TSMC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5.7%, 전체 수출의 9.7%를 담당한다. TSMC와 직원, 주주의 소득세 기여도는 11.3%에 달했다.

실물과 닮은 인공지능(AI) 모리스 창에게 묻고 답하는 코너도 있다. “반도체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가” “미래세대가 이 산업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AI 모리스 창은 “반도체는 식품이나 농업처럼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반도체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더라도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 속도를 능가할 것이다. 이 산업에서 일자리를 갖는 건 삶을 결정할 것이고, 이게 젊은이들이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답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TSMC의 시가총액은 28일 현재 약 670조원이다. 세계 10위 수준이다. 삼성전자(약 468조원)와 SK하이닉스(약 80조원)를 월등히 앞선다. 반도체산업의 급성장으로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2811달러에 이르렀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3만2237달러)을 추월했다.

신주(대만)=글·사진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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