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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지역균형발전,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참여정부 외 역대 정부
균형발전 정책 겉돌아

현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
대학 첨단학과 증원 등으로
수도권 집중 심화 우려

거꾸로 가는 정책에 불신만
7월 지방시대위 출범 계기로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 보여야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공약이나 정책으로 내세운 역대 정부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참여정부뿐이었던 것 같다. 보수야당의 거센 반발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부딪혀 행정도시로 위상과 규모가 축소됐지만, 수도 이전 공약은 인구 38만명의 중부권 중심도시 세종특별자치시를 낳았다. 세종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정주환경이 개선되면서 주거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16년 만인 2019년 마무리됐다.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함으로써 전국 10곳에 혁신도시가 탄생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정책이 없었다면 2022년 50.5%였던 수도권 인구 비율은 훨씬 더 높아졌을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균형발전을 약속했지만, 참여정부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축소 내지 취소를 추진하다 여론의 역풍만 맞았다.

균형발전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시재생뉴딜, 초광역협력, 상생형 일자리 정도를 성과로 포장해야 할 정도로 5년간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집권 초기에도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았으니 부동산 안정이나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했다는 건 변명이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도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문재인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 상징적 사건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고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들에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에 각종 사립 박물관·미술관을 합하면 서울은 수백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품은 도시다. 그래도 부족하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전문가와 협력하기 편해야 한다는 이유로 서울 건립을 결정했다. 전형적인 수도권 중심 논리다. 이런 조건과 상황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자는 게 균형발전의 철학이다.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아우른다.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도시 하나를 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당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이건희 기증관’을 지방에 짓겠다고 결단했으면 어땠을까. 참여정부의 행정도시나 혁신도시처럼 균형발전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균형발전은 주요 공약이자 정책과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몇 배 더 심화할 핵폭탄급 조치만 줄을 잇고 있다.

지난 3월 300조원을 들여 수도권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지방 곳곳에 14개 첨단 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한다는 발표를 곁들였지만, 투자규모나 내용으로 볼 때 수도권과 비교가 안 된다. 300조원을 투입해 수도권에 새로 창출하는 좋은 일자리와 사업기회들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본을 지역에서 빨아들일지 두렵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교육부도 수도권 집중을 심화할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2024학년도 수도권 대학 정원을 24년 만에 늘려줬다. 최근에는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계약학과의 정원도 증원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도 결국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대와 지역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나 국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일리가 있다. 그럼 균형발전은 포기할 것인가. 아니라면 이들 정책의 파급력을 상쇄하고 이겨낼 만한 충격요법 수준의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내놔야 한다. 계기는 확보됐다.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통과돼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7월 출범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도 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책을 구상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가 퇴색하지 않았음을 천명하길 바란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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