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달랑 3건 기소’ 성과 없고 사람 떠나고… 위기의 공수처

출범 3년 차 기소 달랑 3건에 그쳐
1기 퇴직자들 잇단 비판·자성 촉구
“수사 기관 역할 못해, 조직 개선 필요”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원년 멤버’들이 연이어 조직을 향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구조적으로 수사기관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의견뿐 아니라,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출범 3년 차를 맞도록 3건의 기소밖에 하지 못하는 등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잊혀진 조직’이 돼 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부장검사로 일하다 사직한 예상균(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봄호에 논문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게재했다.

그가 우선 꼽은 문제점은 공수처 출범 시점부터 예상됐던 조직 인원과 신분 보장 등 인력 문제였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정원의 공수처 인력은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부 3개 부서를 합친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미니 사정기관’이다 보니 감당할 수 있는 사건 위주로 수사하기 위해 ‘선별입건제도’를 시행했지만, 정치적 편파성 논란 속에 이마저 폐지하면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예 변호사는 설명했다.

공수처가 다룬 사건 대부분이 ‘직권남용 혐의’에 집중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만을 주된 대상으로 수사할 경우 해당 공무원 조직의 전체적인 작용에 간섭하게 될 뿐아니라 수사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는 정치권에 예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수처를 상설 특검처럼 운영하는 방안, 관련 기관과의 협의체 구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1기 멤버인 김성문(연수원 29기) 전 부장검사는 최근 공수처를 떠나며 조직 수뇌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사직 인사글에서 “‘공수처는 수사기관의 컨트롤타워’라는 등의 말이 수시로 오가는 간부회의에서 저의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 질 여지는 많지 않았다”며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검사·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 의사를 밝히던 2022년 여름경 진솔한 토론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사직하는 사람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말이 들렸다”며 “내부 비판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공수처의 그간 수사 성과에 대한 외부 비판도 거세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후 지난 3월까지 모두 6185건의 사건을 접수해 이중 단 3건만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을, 올 상반기에는 서울경찰청 경무관 뇌물 의혹을 집중 수사했지만, 두 사건 모두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구성원들마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줄지어 공수처를 떠나면서 남은 수사들도 속도를 내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김 전 부장검사와 수사기획관 박시영(변호사시험 2회) 검사 등도 사의를 밝히면서 이제 공수처 원년 멤버 13명 중 5명만 남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