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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칼럼] 한국도 외로움 담당할 장관이 필요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성인 절반 이상 외로움 느껴
고독은 사회적 질병, 해악은
하루 담배 15개비 흡연 비슷

고독사 급증, 지난해 3300명
위험군은 인구 3%인 152만명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

영국 일본 ‘외로움부’ 신설
미국, 보고서로 심각성 경고
우리도 고독 총괄부처 생겨야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외롭다고 답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거나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라고 했다. 늙고 은퇴한 노년층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청소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군중 속에 있어 역설적으로 더 외롭고, 지인들의 SNS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한다. 혼자 TV를 보고, 잠을 자고, 음악을 듣는다. 누군가를 만나 밥 먹고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고립돼 외로움이 심해지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고독의 해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그 외로움의 끝은 ‘고독사’다. 혼자 삶의 마지막 순간을 쓸쓸히 맞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발견된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고령화율은 17%가 넘는다. 고령화가 가장 진척된 일본에는 못 미치지만 진행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1인 가구는 이미 30%를 넘었다. 고독사 위험군은 전체 인구의 3%인 152만명에 이른다. 고독사는 2021년 3378명으로 5년 사이 40% 급증했다. 전체 죽음의 1%가 고독사라니 놀랍고도 서글프다. 우리 정부는 최근에야 고독사 문제 해결에 첫걸음을 뗐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은 일상생활 속에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이나 지역밀착형 가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대책을 내놓은 건 다행이지만, 고위험군의 발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14년 복지 사각지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돌아본다. 이후 사회안전망 밖의 위험군을 찾아내는 대책이 쏟아졌지만 위기가구로 지정되고도 유사한 죽음들을 막진 못했다. 중요한 건 이들을 찾아낸 후 사회로 끌어내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고독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65세 이상 1인 가구나 기초생활수급자에 맞춰 있는 대책을 청년층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인 경찰관 권종호씨는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마지막 순간들을 수없이 보면서 “고독사는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일어나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2018년 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독을 담당하는 ‘외로움부’를 신설해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관련 부처 장관이 이를 겸직했다. 전체 인구(6600만명) 중 약 14%인 900만명이 고독을 느낀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게 계기가 됐다. 고독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경제 전체에 32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손실을 줬다. 영국은 고독 퇴치 예산으로 2000만 파운드(약 328억원)를 책정했다. 공공의료가 무료인 영국에는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외로워서 의사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 20%나 됐다. 의사가 이 사람은 치료가 아니라 ‘사회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약 대신 지역 활동에 참가하도록 도와준다. 연금생활자와 집 없는 청년이 공동생활을 하게 하고, 퇴직자와 실직한 이들이 목공 등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의 ‘히키코모리’가 일찌감치 사회 문제가 된 일본은 영국을 벤치마킹해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해 지방창생 장관이 겸직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 보고서를 통해 외로움을 비만이나 약물중독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로움은 전염성이 강한 사회적 질병이다. 국가 차원의 고독 탈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번 정부 정책은 고독사 같은 외로움의 ‘결과’에 맞춰져 있는데 그 이면에 있는 ‘원인’인 고립감과 외로움을 살펴야 한다. 그래야 고독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해외에 참고할 사례가 많다. 한국도 외로움을 담당할 장관을 만들면 어떨까.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외로움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서다. 복지부 장관이 겸직하는 걸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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