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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까지 탈탈 털린다… 정치권 ‘나 떨고 있니…’

[커버스토리] 정치권 흔든 ‘재산공개 역사’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야는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코인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김남국 방지법’(공직자윤리법·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10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재산공개 제도가 한층 강화된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두고 정치권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재산공개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국회의원의 재산 형성에 관한 논란은 단번에 정치생명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큰 변수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2일 “김남국 코인 사건이 터지자마자 배우자와 자녀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친척들 계좌까지 전부 체크해 봤다”며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재산은 그 자체로 폭탄”이라고 말했다.

YS가 쏘아올린 재산공개… 법 개정으로 이어져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의 문을 연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취임한 지 3일째 되던 1993년 2월 27일 김 대통령은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자신과 직계 가족의 재산을 전격 공개했다. 당시 그가 공개한 재산 액수는 17억7822만6070원이었다. 주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김 대통령은 “명예가 아닌 부를 택하려면 공직을 떠나라”는 말을 남기며 재산공개를 단행했다.

이때부터 고위 공직자는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 대통령이 선도적으로 재산을 공개하자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여당(민주자유당) 의원들도 재산공개에 동참했다.

그런데 당시 여당 소속 박준규 국회의장 차례에서 문제가 터졌다. 박 의장은 41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그가 아들 명의로 수차례 토지를 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나빠졌다.

결국 박 의장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국회의장직도 내려놔야 했다. 당시 그는 ‘격화소양’(隔靴搔痒·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 가려운 데를 긁음)이라는 사자성어로 김 대통령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을 하느라 애는 쓰는데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의 재산공개 여파는 1993년 6월 공직자윤리법 첫 개정으로 이어졌다. 1981년 법이 제정된 후 12년 만이었다. 당시 여야는 4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1167명의 재산이 처음으로 고시되자 후폭풍이 몰아쳤다. 김덕주 대법원장(27억원)과 박종철 검찰총장(19억원)이 투기 의혹에 휩싸여 사흘 간격으로 사퇴하는 등 장차관급 인사 10명이 옷을 벗었고, 국회의원 8명이 사퇴하거나 탈당했다.

이후에도 재산공개는 정치권을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정국교 전 의원은 재산등록을 하면서 차명 보유 주식과 주식매각 대금 등 125억원 상당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 과정에서 11억원이 넘는 현금성 재산의 신고를 누락해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실소유 아파트 4채 중 3채만 신고한 혐의 등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의원에 대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재산 상황이 당선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해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최근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데 이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까지 오른 김남국 의원은 재산 문제가 개인의 정치생명뿐 아니라 소속 정당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 사례다. 김 의원이 재산공개의 사각지대에 있던 코인을 대량 보유·거래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청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가족재산 공개 거부, 코인 백지신탁 등은 과제

게티이미지

지난 30년간 10차례에 걸쳐 그 범위를 넓혀왔던 재산공개 제도는 ‘김남국 코인 사태’로 인해 신고 대상에 코인까지 포함하게 됐다.

앞서 2001년 김대중정부는 민관유착 근절을 위해 재산공개 대상자의 주식거래내역 신고를 의무화했다. 2005년 노무현정부 때는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주식백지신탁제가 도입됐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지명자의 삼성전자 스톡옵션을 두고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진 것이 계기가 됐다. 논란 끝에 그는 스톡옵션 행사를 포기했고,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주식백지신탁제 도입을 약속하면서 1년 뒤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2021년에는 부동산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는 의무적으로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벌인 ‘LH 사태’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였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렸다면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은 재산공개의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 퇴직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재산공개 때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장남의 재산 보유 현황에 대한 고지를 거부했었다.

‘코인 백지신탁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부분이다. 현행법상 신탁업자가 코인을 신탁받을 수 없어서 이번 법 개정에 포함되지 못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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