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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정원이라는 예술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정원디자이너 황지해씨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원박람회 ‘첼시플라워쇼’에서 또다시 금상을 받았다. 2011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금상 수상이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황 작가의 정원을 찾아 작가와 포옹한 사진도 화제가 됐다. 황 작가는 찰스 3세가 “이 정원을 영국에 가져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올해 첼시플라워쇼의 진정한 스타였다. 많은 명사가 황 작가의 정원을 찾아왔고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 주요 매체들이 호평을 쏟아냈다.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황 작가의 정원에서 1시간 가까이 머물렀고 “말 그대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고 아주 특별하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국 민영방송 채널4의 앵커이자 원로 언론인인 존 스노는 트위터에 “이 정원을 놓치지 말라”며 황 작가 정원을 두 차례나 소개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황 작가의 정원 속 약초 건조장을 보고 “건조장 창가에 심긴 작은 풀이 내가 본 식물 중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정원의 나라라는 영국에서 황 작가의 한국 정원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로빈 레인 폭스의 칼럼에서 하나의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한다면 다른 쇼가든들은 미관상 혹은 임의로 식생을 무시한 경우도 있다. 그늘진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식물을 나무 그늘 밑에 버젓이 심어놓기도 한다. 디자인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다. 가식적이고 때론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런 정원보다 자연의 순리와 질서를 존중하는 정원이 훨씬 더 아름답다. 황 작가의 정원처럼 말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가든디자이너인 피에트 우돌프가 “이것은 쇼가든이 아니다. 이것은 진정한 정원이다”라고 평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하겠다.

황 작가는 한국 토종 식생을 위주로 한 자연주의 정원을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한국 정원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가로 10m, 세로 20m 크기의 정원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지리산에서 자라는 토종 식물 300여종을 식재했으며 총 200t 무게의 바위들로 야성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황 작가는 금상으로 선정된 후 “한국의 산이 인정을 받은 것이자 자연의 원시성이 가지고 있는 힘과 저력, 산과 잡초의 잠재된 가치가 인정받은 것”이라며 “나는 단지 전달자일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정원에 대한 영국의 환호는 국내의 무관심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에서 정원은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원디자이너는 예술가 대접을 받지 못한다. 국내 정원 사업에서는 아직도 디자인 비용을 쳐주지 않는다. 황 작가는 2021년 인터뷰에서 조경 공사비만 받고 예술정원을 만들어내는 게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이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황 작가는 이번에도 첼시플라워쇼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전시 비용을 다 마련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작품을 만들면서도 스폰서를 찾느라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했다.

황 작가는 2017년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보행로로 재생한 서울로 개장 기념으로 헌 신발 수천 개를 활용한 ‘슈즈 트리’ 정원을 설치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1년 처음 출전한 첼시플라워쇼에서 뒷간(화장실)을 모티브로 한 작품 ‘해우소’로 금상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더러운 신발들을 전시했다며 난타를 당했다. 황 작가의 금상 소식을 들으면서 해외에서의 인정을 통해서만 국내에서 주목을 얻을 수 있는 비주류 장르의 처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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