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쳤다하면 300야드 ‘펑펑’… 역경이 키운 ‘슈퍼 루키’

한국 여자골프 ‘라이징 스타’ 방신실의 성공비결

방신실이 지난 27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 2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방신실은 평균 280야드 장타를 펑펑 날리는 등 시원한 플레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LPGA 제공

‘내화외빈(內華外貧)’

한국 여자골프의 현주소로 이만큼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예전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여자골프가 위기임은 분명하다.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는 말이 있듯 한국 여자골프에도 그런 영웅이 출현했다.

‘괴물 루키’ 방신실(19·KB금융그룹)이다. 그가 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마지막날 최고 ‘320야드’ 등 평균 280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리면서 부터다.

방신실은 대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트레이드마크인 장타를 앞세워 꼬박꼬박 우승 경쟁을 펼쳐 팬층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즌 다섯 번째 출전만에 우승 물꼬를 텄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E1채리티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차지한 것.

방신실이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KLPGA 제공

그의 우승이 더욱 빛난 이유는 또 있다.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갑상샘 항진증을 극복하고 거둔 것이어서다. 방신실은 2년전 이 질병 판정을 받았다. 체중이 10㎏ 이상 빠지고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무기력증까지 겹쳤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으로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시드전에서 기대 이하인 40위에 그쳐 조건부 시드 신세가 된 것도 그 영향 때문이었다. 꾸준한 관리 덕에 지금은 병세가 많이 호전됐지만 아직도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올 시즌 많아야 10개 대회 정도 밖에 출전할 수 없었던 방신실은 우여곡절 끝에 오는 9일 개막하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부터 남은 시즌 전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기까지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노력이 가장 컸다. 가공할만한 비거리도 그 노력의 결실이다. 방신실은 지난 동계 전지 훈련 때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매일 스윙 스틱을 붙잡고 씨름을 했다. 그 덕에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 250야드였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0야드가량 더 늘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키다리 아저씨’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후원사다. 방신실의 스폰서는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 스포츠단의 비인기 종목과 유망주 우선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아마추어 신분이던 작년 초에 방신실과 계약을 체결했다.

KB금융그룹의 선수 후원은 다른 곳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영원히 간다는 이른바 ‘가족주의’다. 10년 이상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박인비와 안송이가 좋은 예다. 한 마디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지나친 상업성도 배제하고 있다. 후원 선수는 모자 전면에 회사 로고만 부착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선수들이 감내해야할 부담의 무게를 줄여주기 위해서다.

대신 딱 하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박인비가 많은 ‘인비 키즈’를 탄생시켰듯, 안송이가 유년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곧게 성장했듯, 그리고 방신실이 병마를 이겨내고 차세대 한국 여자 골프의 구세주로 우뚝 선 것처럼 말이다.

방신실의 롤모델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라고 한다. 강한 멘탈과 성실함을 닮고 싶어서란다. 방신실이 세계 최고 선수로 발전하기까지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스폰서, 팬들 모두가 그를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야 한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그의 질환은 완치된 게 아니라 다소 호전된 상태라는 사실이다. 그는 아직 아프다. 따라서 가급적 스트레스를 주지말고 그가 써내려갈 새로운 골프 역사의 끝이 어딘가를 즐기면서 지켜 보도록 하자.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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