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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갖는 게 진정한 자립… 대기업 채용 기다려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 두 청년

자립준비청년이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 2층에 자리한 공용 공간에서 교사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공간에는 대형 TV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가전을 배치했다. 다과와 밀키트도 구비해 입주자 편의를 높였다. 삼성 제공

취업준비생 ‘희망이’(가명·24)는 사회복지사 소개로 지난해 11월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에 입주했다. 보호 기간이 끝난 2019년 2월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나와 4년을 헤맨 끝에 만난 소중한 보금자리다. 그는 충주에 있는 절삭공구 제조사에 들어갔지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6개월 만에 그만뒀다. 방송국 조연출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리마저 다쳤다.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직장 대신 4년제 대학에 진학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찮은 계기에 꿈과 목표가 생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게 바로 그것이다.

희망이는 지난 30일 충남 아산시 충남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삼성전자 DS(반도체) 제조직 5급 채용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장 3곳에서 실시한 요리사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도전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역량을 더 쌓아야 한다’는 삼성전자 ‘직원 멘토’의 조언에 따라 반도체 교육, 해외 봉사활동 같은 다양한 이력을 쌓고 있다. 고졸 대상 전형이라서 대학도 휴학했다고 한다. 희망이는 “얼마 전 충남센터에서 외부강사 초청으로 진로교육을 받았는데 오퍼레이터가 잘 맞는다는 적성검사 결과가 나왔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고등학교 성적과 출결이 늘 족쇄처럼 작용한다. 두산과 LG, 셀트리온 등의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낙담하기도 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올해가 ‘사후관리’(보호종료 5년 이내)의 마지막 해인 만큼 마음이 조급해진다. 희망이는 “내년 초부터 각종 지원금이 끊긴다. 이제 눈높이를 조금 낮춰야 할 것 같다”면서 “자립준비청년의 진정한 자립은 사회 일원으로서 좋은 일자리를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가에 판가름 난다”고 전했다.

충남센터에 살고 있는 제빵사 ‘디딤이’(가명·25)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정부에서 현금으로 주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지속가능한 보살핌’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디딤이는 “주위에 있는 자립준비청년을 보면 냉엄한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는 것을 먼저 배웠다’고 말하는 때가 많다”면서 “최소 1년 단위의 취업 장려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응당한 보상을 하고, 인내심도 함께 길러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중인 디딤이는 전공을 살려 서울에 있는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한 교육사업을 하는 게 꿈이다. 디딤이는 충남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창업교육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이미 ‘스타강사’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충남센터는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전국 각지에 있는 11개 센터가 ‘허브’인 충남센터를 주축으로 운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박수진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 부장은 “모든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진로’에 놓고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입주 후 필수과정으로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종합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데 호응이 좋아 전국 센터로 확장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생활관’ 아닌 ‘이음주택’…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된다

희망디딤돌 ‘허브’ 충남센터
지난해에만 217명 안식처 역할


‘이음주택.’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에선 자립준비청년이 지내는 공간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 다른 센터에선 일반적으로 ‘생활관’이나 ‘체험관’으로 부른다. 지난 30일 충남센터 2층 북카페에 들어서니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 이음’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자립준비청년과 세상을 건강하게 이어주는 역할이 바로 희망디딤돌 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의미다.

충남센터의 이음주택은 신축 오피스텔 곳곳에 숨겨져 있다.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의사를 존중해 ‘누가 몇 호에 거주하는지’를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기 때문이다. 소통은 익명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주로 이뤄진다. 운영 기관인 충남아동복지협회는 삼성 기부금으로 오피스텔 28개실을 사들였는데, 이음주택은 분산 매입했다. 여기에다 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 있는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이 길게는 5박6일을 살아보는 ‘희망주택’(체험관)이 5개실이다. 오갈 데 없어 사정이 급한 자립준비청년에게 방을 내주는 긴급 주거용 ‘디딤돌주택’도 한 개 있다. 2층에는 방 2개를 연결해 사무 및 공용 공간과 상담실로 쓴다. 이 공간에는 각종 간식과 밀키트를 가득 채운 냉장고, 최신 건조기는 물론 닌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85인치 대형 TV까지 들여놨다. 모두 무료다.

22.15㎡(6.7평)의 아담한 방에는 생활가전과 침대, 책상, 집기류, 에어프라이어, 노트북까지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하다. ‘의자’가 없다. 박수진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 부장은 “엉뚱한 마음을 먹지 않도록 물리적인 환경 조성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자를 배치하지 않았다. 요청하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창문마다 ‘스토퍼’를 달아 절반만 열리게끔 한 잠금장치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충남센터는 삼성 희망디딤돌의 ‘허브 센터’답게 자립준비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체계가 잡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올해로 운영 3년차인데, 지난해에만 자립준비청년 217명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아산=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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