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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지나 1.5평 예배당에 앉으니… 이곳이 영성의 숲

[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1> 충북 옥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충북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내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5㎡ 크기로 2인용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실내에는 헌금함이 있어 지난 4년간 7500만원이 모였다.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용됐다.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2009년 3월 28일 오후 4시 이곳에 큰 산불이 났습니다. 손광자씨가 길에서 낙엽을 긁어모아 태우다가 불티가 옮겨붙었습니다. 나(김준영)는 소화기 2대를 들고 달려왔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렇게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을 쳐다보는데 갑자기 거센 불길 속에서 예수님이 서 계신 것이 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자색 천을 어깨에 둘렀고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너무도 평온하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앞에 이런 내용의 팻말이 있었다. 여기에서 손광자씨는 이 교회의 담임 격인 주서택 목사의 장모이고 김준영은 장인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졌다. “나는 너무 놀라 그저 멍하니 보는데 그 큰 불길은 점점 한가운데로 모이더니 꺼졌습니다. 예수님도 즉시 사라졌습니다. 이때 몸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의 대상 포진이 완전히 치료됐고 손광자씨의 기관지 천식도 나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이 있다는 소식, 그리고 그 교회당이 옥천의 한 유명 관광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이 교회당을 하나의 마케팅 수단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팻말 내용은 기자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이 교회당은 세속이 아닌 영적인 이유로 세워졌다. 보통 다른 종교에선 이런 곳을 성역화하지만 우상숭배를 금하는 기독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도 주 목사는 이 사건을 기념하고자, 또 예수님을 더욱 바라보자는 취지로 교회당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 관광객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있는 모습.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당은 이름처럼 작다. 5㎡(1.5평) 넓이로 맨 앞에 십자가가 있고 2명씩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이름은 캐나다 동부 나이아가라 지역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에서 따왔다. 가로·세로 2.5m, 높이 3m로 6명 정도 간신히 들어간다. 기네스북에도 등재, 폭포와 함께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저도 그곳에 가봤어요. 전 세계를 다 다녀보진 않았지만 그곳과 비교해 4명 정도 들어가는 교회라면 세상에서 가장 작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지었어요.”

옥천의 이 예배당도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다. 십자가 뒤편 창으로 보이는 대청호가 장관이다. 아기자기한 공간의 느낌 때문에 약혼식과 결혼식도 한다. 드라마 ‘악마 판사’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천상의 정원에 있는 교회

학습원 안내소. 방문 소감도 쓸 수 있다.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당은 ‘천상의 정원’이란 별칭의 수생식물학습원 안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대전IC를 나와 대청호를 따라 달리면 막다른 곳에 이른다. 넓은 공터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계단을 오르면 학습원 매표소가 있다.

대청호의 물과 산, 식물이 어우러진 학습원은 코로나19 때인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가을 비대면(언택트) 관광지’로 선정하면서 옥천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하루 평균 500~600명, 토요일 800명이 방문한다. 지난해엔 연인원 10만명이 왔다 갔다.


표를 사서 학습원으로 들어가려면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문을 나오면 ‘좁은 길’로 이어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오솔길이다. 이곳을 지나 학습원의 앞마당에 이른다.

수생식물학습원 입구. 머리를 숙여야 할 만큼 높이가 낮은 좁은 문이 있다.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앞마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천상의 바람길’이 있고, 왼쪽에 전망대가 있다. 바람길은 검은 돌 변성 퇴적암이 길의 양쪽에 일부러 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박혀 있고 돌 사이에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오른쪽 끝까지 갔다가 돌아올 땐 대청호가 길동무가 된다. 걷다가 마주하는 나무 팻말의 글귀들이 눈길을 끈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그분은 꽃으로 웃으신다’ ‘기도는 노동이고 노동은 기도다.’

이 모든 것이 인성 감성 영성을 고려해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좁은 문은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자연 속으로 들어오라는 뜻이에요. 인성을 강조한 겁니다. 좁은 길을 지나 앞마당에 이르면 대청호가 눈 앞에 펼쳐지는 데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또 군데군데 붙여놓은 글귀와 예배당은 영성을 터치합니다. 신앙이 있다면 바람이, 그분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청호 전망대를 돌아 앞마당으로 돌아오면 카페가 있고 이를 지나 호수 둘레 길을 걷다 보면 교회당 이정표가 보인다. ‘영혼의 쉼터,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교회당은 언덕에 있지만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교회당 아래쪽 둘레길을 돌아 교회가 보일 때까지 관광객들은 그 모습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주한 교회를 보고 사람들은 ‘이런 곳에 예배당이 있나?’ ‘이렇게 작은 예배당도 있나?’ 신기해한다. 신앙이 있든 없든 관광객들은 신을 벗고 들어가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비기독교인들도 예배당에 들어가면 잠시 묵상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힐링되는 것 같아요. 예배당 안에 말씀 카드도 비치해 놓는데 이를 가져가며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영적인 터치가 있습니다.”

자연정화 연못.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학습원엔 분재원과 실내 정원도 있다. 소나무 분재부터 과일나무, 희귀식물과 다양한 수생식물, 파피루스 등의 열대식물을 볼 수 있다. 연꽃 연못, 자연정화 연못, 가시연 연못 등 있다. 수생식물학습원의 역할도 상당하다.

섬김을 낳는 교회

수생식물학습원은 주 목사가 2009년 개관했다. 처음부터 학습원을 열 생각은 아니었다. 2003년 청주에 주님의교회를 개척하고 처가 부모와 친척, 지인 등 다섯 가구가 대청호 인근의 땅을 샀다. 당시엔 이곳을 내적 치유 센터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수생식물학습원장 주서택 목사. 옥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주 목사는 25년간 청주 대학생선교회(CCC)에서 사역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7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출석 1000여명으로 성장했다. 개척 때부터 교회 재정의 50%를 교회 밖으로 흘려보내 15년간 86억원을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내적 치유 세미나로도 유명하다. 1992년부터 해마다 5회, 156차까지 했다. 현재까지 6만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환경운동 등 시민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것이 학습원을 하게 된 계기였다. 한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로 활동했던 그는 이곳을 가꾸면서 식수원인 대청호 보호에 사명감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주목한 것이 수경식물이었다.

“물에서 자라나는 모든 식물은 물을 정화합니다. 대청호에 수생식물원이 있다는 것은 식수원을 보호한다는 상징이 됩니다. 실제 정화도 하고 있고요.”

학습원은 이미 여러 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유럽 분위기의 건물도 이목을 끌고 있다. 모두 주 목사가 디자인했는데 영국에서 살 때 현지 건물들을 스케치하러 다닐 만큼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변성 퇴적암의 색깔에 맞춰 짙은 회색 벽돌로 지은 이곳 건물들은 자연 속에 묻힌 수도원 같다는 평을 듣는다.

세상에서 가장 작다는 교회당도 그렇지만 이 교회당이 낳은 기적도 회자되고 있다. 관람객들이 예배당 헌금함에 한 푼 두 푼 넣은 돈이 지난 4년간 7500만원이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액 전달했다. 작은 교회지만 이곳에 들른 사람, 그 사람들이 모여 기적을 만든 셈이다.

주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의 헌금으로 우리 주변의 진짜 어려운 가정을 살려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면서 “그래서 예수님 이름이 전해지고 그것이 모든 교회가 해야 하는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옥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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