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된다? 8조 내고 면죄부 받은 美 새클러 가문

마약성 진통제 민사소송서 면책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을 처음 개발해 엄청난 부를 쌓은 미국 새클러 가문이 60억 달러(약 8조원)짜리 면죄부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옥시코돈 피해자들이 낸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새클러 가문에 대해 60억 달러의 옥시코돈 중독 치료 프로그램 기금을 내는 조건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제기될 모든 소송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새클러 가문은 지난해 옥시코돈 제조사인 퍼듀파마 파산 과정에서 추징당한 5억 달러와 별도로 60억 달러를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 출연,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 치료와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법원은 또 새클러 가문이 퍼듀파마를 청산하는 대신 노아파마라는 새로운 제약회사를 만들어 약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옥시코돈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2018년부터 4년 넘게 진행된 소송으로 희생자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며 “이젠 치료와 재활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법이 허용한 범위 이상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00명이 넘는 새클러 일족 전원이 민사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고, 이들이 새로운 제약회사까지 차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비판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법대 멜리사 B 제코비 교수는 “이번 판결은 ‘슈퍼 리치’(Super Rich·갑부들)는 엄청난 범법을 저질러도 물질을 대가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민사 책임은 면했지만 새클러 일가의 형사적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피해자들이 제기한 형사 고발 사건들은 계속 검찰에 의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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