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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중국의 반도체 인재와 기술 빼가기

전석운 논설위원


반도체 후발주자인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선진국들과 기술 격차를 좁힌 데는 인재 영입이 한몫했다. 초창기 주 타깃은 대만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량멍쑹과 장상이다. 이들의 운명은 중국으로 건너간 뒤 잠깐 쓰이다 버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량멍쑹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반도체 특허만 45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3차원 입체 공정인 핀펫(FinFET) 기술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만 TSMC에서 17년간 근무하면서 이 회사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그를 영입한 뒤 세계 최초로 14나노m(1나노:10억분의1) 핀펫 공정을 개발했다. 파운드리 세계 5위 기업인 중국의 SMIC는 2017년까지 28나노 생산도 못하다가 그해 량멍쑹을 데려가면서 단박에 14나노 양산에 성공했다. SMIC는 그러나 2년 뒤 량멍쑹을 내보내고 또 다른 TSMC 출신인 장상이를 스카우트했다. 7나노 개발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네덜란드 ASLM으로부터 들여오기 위해 장의 인맥을 활용하려 한 것이다.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6년간 TSMC에서 근무한 장상이는 그러나 이직한 지 1년도 안돼 SMIC를 그만뒀다. 미국 압력으로 ASLM의 장비 획득이 무산되자 곧바로 경질된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장상이는 SMIC 이직을 “바보 같은 일이었다”며 후회했다.

최근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에는 한국인 엔지니어 스카우트가 주 목적인 중국 기업들이 여럿 생겼다고 한다. 중국 기업에 스카우트된 한국인들을 통해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클라우드와 네트워크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의 기술 유출 피해 규모를 한 해 56조원으로 추정하고 중국을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지목했다.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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