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역외 탈세’ 칼 빼든 국세청, 철면피 글로벌 기업 20여곳 정조준

국내 기업 포함 추징액 2조 육박

포브스 글로벌 100대 기업 4곳도
실제 추징하면 부족한 세수 도움

국세청이 31일 부당 국제 거래로 국부를 유출한 다국적기업 등의 역외탈세자 5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들의 탈루 수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세청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탈세를 일삼은 글로벌 기업에 칼을 빼들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기업 등 20여곳을 정조준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 역외탈세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의 총 추징 예상액은 2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최근 3년간 역외탈세 관련 추징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국세청이 대표 탈세 사례로 꼽은 곳 중 하나는 전 세계에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A사다. A사는 한국에서만 매년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 내는 세금은 없다시피 하다. 이 회사는 소위 ‘사업장 쪼개기’ 방식을 활용해 세금을 회피했다. A사는 홍보·마케팅, 영업·판매,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하는 자회사를 한국에 설립해 놓고서도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은 없는 것처럼 위장했다. 수익이 없으니 낼 세금이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행 세법상 국내 자회사가 해외 본사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 국내 수익은 과세 대상이 된다. 국세청은 국내 자회사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 보고 A사가 역외탈세한 국내 수익에 대해 추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추징 예상액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수익을 해외로 빼돌린 거대 글로벌 기업은 A사뿐만이 아니다. 국세청은 A사를 포함한 역외탈세 사례 52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돌입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중 40.4%인 21건이 글로벌 기업이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대상 기업 중에는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상위 100개 기업에 속하는 회사가 4곳, 포브스지가 선정한 ‘탑 100 디지털 기업’ 중 4곳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들 외에도 국내 수출기업 중 역외탈세를 자행한 사례 19건과 해외로 돈을 빼돌린 자산가 사례 12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 국장은 “혐의 금액(추징 예상 세액)은 2조원 가까운 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역외탈세 추징 세액(4조149억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국세청이 예상만큼 추징한다면 지난 1~4월 누적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이나 감소하면서 구멍 난 세수를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에서 원활한 추징을 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해 성공적으로 추징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