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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쏠린 ‘디폴트옵션’ 증권사 주도권 쟁탈전

은행 4곳 적립액 전체의 80% 달해
수익률 앞세운 증권사 성적표 암울
장기전 고려 실적배당형 상품 강화


오는 7월 본격 시행을 앞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3%대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고무적인 수익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증권사, 은행 등에서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굴리도록 한 제도다. 다만 도입 취지와 달리 초저위험 상품에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31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디폴트옵션 주요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41개 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279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실제 판매·운용 중인 상품은 135개로 집계됐다. 올 1분기에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한 인원은 25만명이며, 약 3000억원의 퇴직연금이 적립됐다. 디폴트옵션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운용 중인 상품의 3개월 수익률 평균은 약 3.06%였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12.41% 수준이다. ‘초저위험’ 상품의 경우 1.11%로 나타났다. ‘저위험’은 2.33%, ‘중위험’과 ‘고위험’은 각각 3.22%, 4.81%였다. 초저위험 상품은 주로 원금보장이 되는 예금 상품에 투자하며, 고위험 상품일수록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다.


평균 수익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 상품 가입자의 88%를 차지하는 22만명이 초저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 금액이 높은 기관 대부분은 은행들이었다. KB국민은행(1050억원) 신한은행(747억원) 하나은행(318억원) 우리은행(270억원) 등 4개 은행으로 쏠린 자금만 전체의 80%(2385억원)에 달했다. 개인이 자율적으로 가입한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적립 비중이 높았다.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만 적립금 209억원으로 선방했다.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쪽에서는 압도적인 1위였다. 모바일로 규약 변경 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등 법인의 편의성을 높인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은행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증권사 입장에선 아쉬운 결과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안전 투자 심리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운용이 장기전임을 내세워 실적배당형 상품을 강화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고수익이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퇴직연금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 자문이나 투자 일임이 허용돼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초저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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