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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언론계, 똘똘 뭉쳐 가디언 칼럼니스트 성추행 은폐했다”

FT 기자 한 달 취재… ‘중단’ 지시
美 언론 NYT가 재취재해 보도
학연·친밀한 문화가 영향 미쳐

닉 코헨(62) 전 옵저버 칼럼니스트. 트위터 캡처

영국 언론계가 일간 가디언 칼럼니스트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사건 보도를 은폐했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매디슨 매리지 기자가 이끄는 특별취재팀이 약 한 달간 가디언 칼럼니스트 닉 코헨(62)의 성추행 사건을 취재했으나 FT 측이 ‘충분히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인물’이라며 기사를 무마시켰다고 FT 기자 10여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헨은 좌파 성향 칼럼니스트로 가디언의 자매 간행물 ‘업저버’에 약 20년 동안 칼럼을 기고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

NYT가 피해자 7명을 취재한 결과 이들이 코헨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가디언에 불만을 제기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업저버에서 편집 보조자로 근무한 루시 시글은 2001년 코헨이 회사 안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5명도 바에서 같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한 무보수 카피에디터는 코헨이 2018년까지 ‘누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반복해서 제안했다고 전했다.

코헨의 성추행은 시글이 2018년 얀 톰슨 업저버 편집장에게 이를 알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디언은 코헨과 기밀유지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임 조건으로 코헨에게 거액을 지급했다. NYT 취재에서 코헨은 성추행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알코올중독 치료 중이라며 “과거 술에 취했을 때 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리지 기자는 지난해 9월 FT 특별취재팀 에디터가 된 뒤 코헨 사건을 파헤쳤다. 룰라 칼라프 FT 편집국장이 구성원들에게 이 기사가 2023년 기사 중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매리지 기자가 이미 피해자 5명을 인터뷰한 시점에서 칼라프 국장은 돌연 더 이상 새로운 취재원과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 2월에는 ‘오피니언’으로만 코헨 관련 기사를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리지 기자가 이를 받아들였으나 칼라프 국장은 이마저도 보도하지 않았다.

일부 FT 기자는 “언론계 내 나쁜 행동을 폭로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2019년 영국 일간 더선은 데이비드 펨젤 전 가디언 임원이 전 직원에게 성적인 관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나 항의를 받고 기사가 정확하지 않다며 곧바로 삭제했다.

NYT는 영국 언론계의 ‘끼리끼리’ 문화가 비위 은폐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NYT는 “영국 언론사는 미국 언론사보다 규모가 작고 서로 친밀한 편이며, 기자들은 같은 엘리트 학교 출신인 경우가 많다”며 “(영국의) 엄격한 명예훼손법은 또 다른 장애물”이라고 전했다. 또 “음주와 성비 불균형이 존재하는 전통적인 뉴스룸 문화에서 많은 위법행위가 알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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