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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달걀말이 인생론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막상 만들다 보면 만만치 않은 게 달걀말이다. 오래전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나만의 사각 팬’을 갖고 싶었다. 내가 가진 원형 팬으로는 두툼하고 네모난 모양을 잡기 어려웠다. 마트에 갈 때마다 주방도구 판매대에 들러 달걀말이 전용 팬을 찾았다. 아담한 크기에 세로가 중지만큼 높고 너무 무겁지 않아야 했다. 결국 마음에 드는 팬을 구할 수 없었고, 달걀말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할 때마다 나는 프라이팬 탓을 하곤 했다.

큰 그릇에 달걀과 우유와 소금을 넣고 젓는다.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팬이 적당히 달궈지면 달걀물이 얇게 펴지도록 조금씩 붓는다. 가장자리가 익었을 때 말아서 뒤집개로 살포시 눌러준다. 완전히 익히면 모양을 잡기 어렵고, 덜 익었을 때 말면 흐트러져 버린다. 다시 달걀물을 붓고 겹겹이 만다. 조그만 멍석을 말듯이 달걀을 돌돌 마는 행위에 무심코 빠져든다. 이제 마지막 단계. 버터를 프라이팬 위에 떨어뜨린다. 버터가 미끄러지듯이 녹으며 향이 퍼진다. 치즈나 명란, 감태 등 속 재료를 넣기도 하지만 나는 청양고추만 오종종히 다져 넣은 달걀말이를 제일 좋아한다. 흰 접시 위에 노란 달걀말이. 그 단순하고 세련된 색감을 보는 맛도 좋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를 만들기까지 나는 여러 번 실패했다. 달걀이 덜 익었는데 뒤집거나, 달걀물을 잔뜩 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스크램블로 만들었다. 달걀말이는 인생의 은유다. 살다 보면 설익은 시간이 익도록 찬찬해야 할 때가 온다. 반대로 준비 과정이 너무 길어도 좋지 않다. 잘하려고 벼르다가 때를 놓친다. 완벽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원형이든 사각 팬이든 팬 위에서 각자 다른 모양의 달걀말이가 완성된다. 때로는 모양이 망가져 스크램블이 될 때도 있다. 이 또한 인생의 간간한 묘미 아닌가. 갓 지은 밥에 달걀말이를 얹는다. 한 입의 고소함이 입안에 뿌듯하게 퍼진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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