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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만리경 1호

고승욱 논설위원


위성추적 웹사이트 오비팅 나우(orbiting now)는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7909개의 현재 위치, 고도, 속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중에는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과 2016년 2월 2일 각각 쏘아올린 광명성 3호 2호기(KMS3-2)와 광명성 4호(KMS4)도 있다. 광명성 3호는 평균 381㎞ 높이에서 92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돈다. 광명성 4호는 고도 332㎞에서 시속 2만7740㎞로 운행 중이다. 하지만 둘 다 지상과의 연락이 두절된 미작동 상태(non-operational)다. 지구 궤도에서 존재는 확인되지만 단 한 번도 신호를 보낸 적이 없는 죽은 위성이다.

북한의 첫 인공위성은 1998년 8월 31일 쏘아올린 광명성 1호다. 백두산 로켓에 실려 궤도에 안착한 뒤 165분6초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전송한다는 게 당시 북한의 발표였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광명성 1호가 보내는 신호는 세계 어디에서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입한 스커드미사일을 개량해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니 내부적으로도 축제 분위기였다. 2009년 광명성 2호, 2012년 광명성 3호 1·2호기, 2016년 광명성 4호도 그랬다. 위성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북한은 2018년부터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착수했다. 1만㎞가 넘는 장거리미사일 개발이 끝나 지구 관측용 과학위성 발사라고 위장할 필요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걸고 진행하는 중대사”라고 말했고, 선전매체들은 ‘핵강국이 핵무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놓기 위한 군사정찰위성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완료 시점은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인 2025년. 첫 번째 결과물이 그제 쏘아올린 만리경 1호다. 이름은 1만리(4000㎞)를 내다본다는 뜻인데 국가정보원은 초보적 단계의 정찰위성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발사 직후 서해로 추락해 실패로 끝났지만, 성공했어도 무게가 300㎏인 소형 위성 하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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