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 적기 놓친 스마트계량기… 전력낭비·한전적자 키웠다

착수한 지 13년… 목표치 54% 그쳐
사업 서둘렀다면 적자 해소에 도움
6~9월분 전기료 분할납부 한시 시행


한국전력공사가 스마트계량기(AMI) 사업에 착수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전국 AMI 보급율은 목표치의 절반 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MI는 실시간 전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로, 전력 낭비를 줄이는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전이 AMI 보급을 서둘렀다면 30조원이 넘는 적자 일부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236만 가구에 AMI가 보급됐다. 보급율은 기존 목표치(2250만 가구)의 54%에 불과한 상황이다.


AMI는 전력시스템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동해 실시간 혹은 시간대별로 에너지 사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다. 검침원이 직접 돌며 확인해야 하는 기존 계량기와 달리, 가구 별로 전기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한전은 2010년부터 10년 간 약 1조3000억원을 들여 전국 2250만 가구에 AMI 도입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얻은 가구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금제를 개편할 계획이었다. 계절·시간대별(TOU) 요금제도 그 중 하나로 거론됐다.

TOU 요금제는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나누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등 3개로 분류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시간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다. TOU 요금제가 본격화되면 소비자는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고, 한전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AMI 보안성 검토 요청, 통신망 구축사업 지연 등으로 AMI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3년엔 통신(PLC) 특허소송까지 벌어졌다. 각종 오류로 약 64만대의 AMI가 리콜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결국 한전은 사업 완료 시점을 2020년에서 2024년으로 미뤘다. 한전은 내년까지 약 1000만 가구에 대한 AMI 설치를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구당 AMI 설치 비용은 4만원 정도다. 이에 따라 최소 4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2000억원을 배정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2000억원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30조원이 넘는 적자 사태를 겪고 있는 한전에게 수천억원의 AMI 설치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은 2026년까지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 자구책도 발표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AMI 사업은 전력시장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차질없이 진행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이와 별도로 올 여름 냉방비 폭탄 사태를 피하기 위해 6∼9월분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신청자는 분납을 신청한 달에 전기요금의 50%를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2~6개월 범위 내에서 선택해 납부하면 된다.

세종=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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