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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화병원도 주말 진료 중단… 붕괴되는 어린이 의료체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야간·휴일·응급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 인력과 의료체계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 어린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지 100일 만에 커다란 사각지대가 새로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전문병원인 소화병원이 오는 3일부터 토·일요일 주말 진료를 중단한다. 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사가 없어서다. 담당 의사가 그만두면서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이 병원은 그동안 휴일 진료를 보려는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환자가 많이 몰리는 곳이었다. 이제 서울에서 휴일에 어린이 환자 진료가 가능한 ‘달빛 어린이 병원’은 4곳에서 3곳으로 줄게 됐다. 지난달 휴일인 어린이날에 응급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숨진 5살 어린이의 비극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복지부는 무너진 어린이 의료체계를 복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화병원의 주말 진료 중단은 붕괴된 어린이 의료체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복지부는 달빛 어린이 병원을 현재 전국 34곳에서 100곳으로 늘리기로 했으나 오히려 줄어들게 생겼다. 기존 병원 중에서도 실제 휴일·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은 5곳뿐이어서 ‘무늬만 달빛’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휴일에 중증 어린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더욱 갈 곳이 없다. 소아응급환자 전담 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8곳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3곳이다. 대구, 인천, 충남, 경남, 경기에 1곳씩 있고 나머지 지역은 하나도 없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서울 시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입원 환자 중 60%는 서울 거주자가 아닐 정도로 전국의 어린이 응급환자들이 서울로 몰리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어린이 환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다태아, 조산아, 저체중아 발생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희귀질환 5500여종 중 50~70%가 소아에서 발병하고 있다. 신생아 및 중증 소아 환자의 전문적 치료가 늘고 있어서 어린이 의료체계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병원들이 어린이 병원 운영을 외면한다면 공공소아진료센터를 확대해야 한다. 소아과 의사를 필수의료 인력으로 지정해서 어린이 전문 의사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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