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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음식·식객… 부산에도 ‘삼합’이 있다

‘미쉐린 가이드’ 내년 부산 소개

내년부터 부산에서도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된다. 미쉐린 가이드는 내년 2월 발간 예정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 앤드 부산 2024’를 준비하면서 매달 ‘선공개 레스토랑’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위는 선공개 레스토랑 ‘중화복춘 살롱’, ‘엘픽’, ‘계월곰탕’, ‘알레즈’의 메뉴들. 미쉐린 가이드 제공

1900년 어느 날, 프랑스에서는 운전자들을 위한 자동차여행 안내책자가 하나 등장했다. 도로법규, 자동차 정비요령,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와 같은 정보가 담긴 책이었다. 도로도 자동차도 많지 않던 20세기 초반, 자동차 여행 중 숙소와 식당을 찾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동차 여행안내서에는 식당과 숙소 정보도 함께 실렸다.

사람들은 뜻밖에도 식당 정보에 열광했다. 미식과 맛집에 대한 관심사는 20세기 초반이나 21세기에나 다를 게 없었던 셈이다. 자동차여행 안내책자는 ‘프랑스 맛집 지도’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 미식 분야의 독보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미쉐린 가이드’는 이렇게 탄생했고, 1926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쉐린 스타’ 부여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간된 이후 서울로 한정되던 미쉐린 가이드가 내년부터는 부산으로 확장된다.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 1일 부산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2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 앤드 부산 2024’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글레드힐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가들과 여행자들의 지침서에 머무르지 않고 레스토랑 산업을 성장시키고 활기 넘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서울과 부산에서도 훌륭한 레스토랑을 선정해 미식 문화를 성장시키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 부산’은 내년부터 발간되지만 익명의 ‘미쉐린 평가자(inspector)’들은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쉐린 가이드 측은 “최소 수개월 전 혹은 몇 년 전부터 부산의 레스토랑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선택한 두 번째 도시가 된 것은 왜일까. 미쉐린 가이드는 부산의 ‘미식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부산은 풍부한 해양 환경과 항구를 통해 식재료 공급이 원활하고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며 “특색 있는 미식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곳이라 서울과 함께 전 세계에 한국의 미식문화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일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 크리스 글레드힐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 및 중동지역 비즈니스 앤드 파트너십 부사장, 박형준 부산시장, 엘리자베스 부쉐-앙슬랑 미쉐린 익스피리언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미쉐린 가이드 제공

간담회에서 엘리자베스 부쉐-앙슬랑 미쉐린 익스피리언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부연했다. 부쉐-앙슬랑 디렉터는 “부산 레스토랑의 뛰어난 수준, 부산 음식의 놀라운 맛, 미식의 경험에 기꺼이 동참하는 소비자들이라는 세 가지 구성 요소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여서가 아니다. 평가원들이 지속적으로 눈여겨보면서 부산의 잠재력을 놀랍게 평가해 왔다”며 “지금도 익명의 평가자들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현재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36개 국가 51개 이상 지역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는 미쉐린 스타 35곳, 빕구르망(Bib Gourmand·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57곳 등 총 176곳이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 스타 하트

미쉐린 가이드는 오로지 ‘요리’ 자체를 평가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평가 기준은 다섯 가지다. 요리의 수준, 요리의 완벽성, 요리를 통해 표현한 셰프의 창의적인 개성, 조화로운 풍미, 맛의 일관성이 두루 맞아 떨어져야 한다. 세계 주요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전문 경력을 가진 익명의 평가자들은 자신을 일절 드러내지 않고 평가에 임한다. 1년에 약 250차례의 식사를 하고 600여명을 만나고 1000개 이상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미쉐린 가이드는 부산에서도 이 같은 원칙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부쉐-앙슬랑 디렉터는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부산에서까지 한국 미식의 경이로움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며 “밀면과 돼지국밥으로 대표되는 부산의 ‘맛’이 세계로 뻗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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