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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눈 주사’ 두렵고 부담되지만… 치료 포기 마세요

황반변성 환자에 안구내 주사 치료를 하는 장면. 눈 직접 주입에 대한 공포, 잦은 병원 방문,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김안과병원 제공

실명 진행 억제하는 장기적 치료
주사 공포·연 5~7회 잦은 투약 탓
환자 15~20% 임의로 치료 중단
올초 1년에 3번 맞는 신약 허가
중단 후 실명 적잖아 신중해야

72세 여성 A씨는 왼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해 35개월간 약 18번의 안구내 주사 치료를 받았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의 신경 조직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안구내 주사는 시력 손상을 막아주는 항체 약물을 눈 안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다. A씨는 3년 가까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기대 보다 경과가 좋지 않은 데다 비용 부담도 있어 주사 치료를 임의 중단했다. 치료 중단 당시 시력은 0.06으로 시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됐었다. 그런데 9개월쯤 지난 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돼 검사 결과 망막에 심한 출혈이 확인됐다. 시력은 눈 앞에 손이 움직이는 것만 겨우 구분할 정도로 거의 실명 상태였다. A씨는 “당시 치료를 계속하지 않으면 시력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의사 설명을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 악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7~2020년)에 따르면 황반변성 유병률은 40세 이상에서 13.9%로 보고됐다. 40대 3.6%, 50대 11.3%, 60대 20.3%, 70대 31.4%가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래 50세 이상에서 이런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글자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시야 한 가운데가 사라지는 ‘암점’이 생기다가 서서히 시력이 저하되고 결국 실명에 이른다.

‘건성 황반변성’은 진행이 느리고 그 자체 만으로 심각한 시력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 신생에 의한 출혈과 망막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며 제때 치료 않으면 보통 2년 안에 실명한다. 심하면 수 개월 안에도 급격히 실명에 이를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대부분은 시력 유지를 목표로 안구내 주사 치료를 받는다. ‘항(抗)혈관내피성장인자’라는 약물을 눈 속에 직접 주사한다. 시력 손상의 원인인 신생 혈관을 퇴화시키거나 안정화시켜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사 치료를 시작했다가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해외에선 치료 중단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국내에선 15~20%가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치료 과정에서 자주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고 진행 억제를 목표로 장기적인 치료가 이뤄지다 보니 신체·심리적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약값 또한 부담이 된다. 주사 치료를 시작할 때 기대했던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 치료 중단을 고민하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안구주사 치료의 중단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단 시 망막출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기존의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어서다. 김안과 망막병원 김재휘 전문의는 5일 “황반변성 치료 중단 후 광범위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심각한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안구주사 치료를 중도에 그만둔 습성 황반변성 환자 등 148명을 평균 56.8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약 16%에서 망막(안저)출혈이 발생했다. 출혈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뚜렷한 시력 저하가 생기고 실명까지 올 수 있다. 황반에 생긴 신생 혈관의 유형별로 망막출혈 발생률에 차이를 보였는데, 전형적 습성 황반변성은 약 12%, 결절맥락막혈관병증은 11.1%, 망막혈관종증식형 황반변성의 출혈 발생률은 36%로 나타났다. 출혈 가능성이 높은 망막혈관종증식형 황반변성을 갖고 있다면 비록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완전한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김 전문의는 “습성 황반변성의 특성상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장기간 많은 횟수의 주사가 필요하다. 열심히 치료받아도 시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환자 입장에선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열심히 치료 받아도 나아지는 건 없고 계속 안 좋아진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한 가지 더 안타까운 부분은 환자가 질병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부담(경제적 비용·잦은 병원 방문·눈 주사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치료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긴 치료 과정에 환자가 지치지 않도록 가족의 지지와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기존 안구주사 약제는 대부분 건강보험 산정특례(본인 부담 10%)를 적용받고 있으나 일부 약제는 비급여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국가 비용 지원 기준을 조금 넓히는 것도 환자들의 치료 포기를 줄이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연간 5~7회 주사 맞아야 하는 기존 약제와 달리, 투약 간격을 최대 16주까지 늘려 연간 3회 주사가 가능한 신약(파리시맙)이 올해 초 국내에 허가돼 잦은 주사에 따른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그만큼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다. 이 신약은 혈관 신생을 일으키는 혈관내피성장인자와 혈관 안전성을 저해하는 경로(Ang-2)를 동시 차단하는 새로운 기전(이중 항체)의 약제로, 기존 주사제의 맹점을 일부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신속 급여화를 촉구하며 진행된 국회 청원에서 45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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