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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3만9485개 vs 노인 주·야간 보호 5090곳

[김용익의 돌봄 이야기] ③ 어린이는 유치원, 노인은 노치원


“일 년에 단 며칠이라도 바닷바람 맞으며 쉬다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이 치매나 중풍 노인을 모시는 집에서는 너무나 간절하다. 치매가 심하거나 산소호흡기라도 붙인 노인이 있으면 며칠은 고사하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런데 가족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노인을 며칠 동안 맡아서 숙식에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환상적’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이것을 ‘단기 보호’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가듯이, 노인들도 몇 시간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치원’에 다녀올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서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연극도 해보면서 운동 처방을 받아 적절한 운동도 하고, 물리·작업 치료를 받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노인도 좋고 가족은 해방이다. 이런 서비스를 ‘주간 보호’라고 한다. 노인을 밤에 맡아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야간 보호’라고 한다. 이 둘을 합치면 ‘주·야간 보호’가 된다. 주·야간 보호와 단기 보호는 노인과 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살면서도(탈시설화) 가족은 돌봄 노동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탈가족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인정받으면 주·야간 보호는 물론 단기 보호도 1회 9일, 연 4회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들이 제도로는 존재하지만, 막상 내가 필요해서 찾으면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기 보호 기관은 전국을 통틀어 126곳, 주·야간 보호 기관은 5090곳 있다. 그러니 이렇게 ‘환상적으로’ 좋은 서비스들이 모두 아련한 ‘환상’일 뿐이다. 충분하지 않은 제도는 제도가 아니다.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전국의 모든 노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동네마다 5만개쯤 배치돼 잠시 걷거나 ‘노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는 3만9485개다.

고령화 준비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집에서 늙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현실이 된다. 자기 집에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없을까?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김용익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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