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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아빠·형님 찬스’ 선관위

라동철 논설위원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63년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폭제는 ‘아빠 찬스 채용’이었다. 정치 편향성 논란, 지난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파동’에도 쇄신을 미적대더니 최근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비롯해 중앙·지역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아빠 찬스’에 힘입어 선관위에 채용됐다는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례만 ‘형님 찬스’까지 합쳐 10건이 넘는다. ‘공정성’이 핵심 가치인 선관위마저 특혜 및 반칙 채용에 물들어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이다. 부모, 친척, 지인 등 인맥을 활용해 부당하게 취업 관문을 뚫는 일이 공직과 민간 일자리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2013년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 518명 중 493명(95%)이 청탁을 통해 입사한 것으로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탁자들은 국회의원,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강원랜드 임원, 지역 유지 등 다양했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행원 공개 채용에서 전현직 임직원의 자녀·친인척,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간부 등이 청탁한 응시자를 특별관리해 합격시켰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낙마한 고위 공직자들도 수두룩하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에도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채용 비리는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다. 누군가가 ‘빽’을 동원해 합격하면 공정한 경쟁 시 입사할 수 있었던 누군가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청탁자는 물론이고 부정 채용을 지시했거나 실행에 옮긴 내부 공모자들까지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채용 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루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수조사, 수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조사 등 수단을 총동원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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