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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서 美 작전때 中함정 돌진… 충돌할 뻔

美 급히 항로변경… “명백한 도발”


미국 해군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수행하자 중국 함정이 근접 항행하며 충돌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대만해협 문제를 놓고 정면 격돌했다. 다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 매체 글로벌뉴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의 이례적인 합동작전 도중 중국 군함이 미군 정훈함 150야드(약 137m) 근처까지 접근했다”며 “중국 함정은 상당한 속도를 내며 정훈함 뱃머리 쪽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정훈(DDG 93)과 캐나다 해군 핼리팩스급 호위함 HMCS 몬트리올(FFH 336)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미국 군함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대만해협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다른 동맹국 군함과 함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훈함은 중국 함정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응답하지 않자 충돌을 피하려고 항로를 변경하고 속도를 늦췄다고 글로벌뉴스는 설명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 함정이 빠른 속도로 정훈함 쪽을 향해 돌진해 뱃머리 앞을 통과하는 장면이 담겼다.

HMCS 몬트리올함의 폴 마운트포트 함장은 “국제 해역에서 합동 임무가 진행 중임에도 중국은 자신의 영토에 진입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중국 측의 명백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군 동부전구(사령부)는 “미국과 캐나다가 의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해군과 공군이 두 군함을 추적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달 26일 중국군 J-16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RC-135 정찰기의 기수 앞으로 비행하는 등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기동을 했다고 항의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파괴적일 것(devastating)”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 유지에 전 세계의 이해가 걸려 있다”며 “상업용 해운항로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과 별도 3자 회담을 하고 중국의 강압적이고 일방적 행동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영유권 분쟁 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대 민병대 함정의 위험한 사용, 무력이나 강압으로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일방적 시도, 해당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징젠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은 기자에게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며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확대, 미국과 대만 간 공식 교류 강화 등을 언급하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시적으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으며, 언제든 싸울 수 있다.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양국은 표면적으로 으르렁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 재개와 갈등 해소를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먼저 윌리엄 번스(사진) CIA 국장이 지난달 중국을 극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번스 국장이 중국 관리들과 회담하기 위해 지난달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도 번스 국장이 지난달 베이징을 찾아 중국 측 카운터파트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번스 국장은 정찰풍선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다.

미국은 이번 주 국무부와 백악관의 중국 담당 고위급도 급파해 양국의 긴장 관리를 위한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국무부는 이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4∼10일 중국과 뉴질랜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 관계 주요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도 4일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 부장은 이날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중·미가 격렬하게 충돌하거나 대항한다면 그것은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강대국은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일시적인 사리사욕을 위해 진영 대항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교류와 협력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각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정찰풍선 사태 이후 주요 소통 채널이 끊기면서 대화가 단절됐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고위급 소통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자주 목격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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