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증권사 ETN은 줄상폐… 한 곳만 거래 유지하는 까닭

투자설명서에 조기청산 요건 누락
NH證만 상폐 모면, 투자 수요 쏠려
타증권사 투자자는 손실 확정 불만

뉴시스

NH투자증권의 실수로 상장이 유지된 NH증권의 ‘QV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H)’ 상품을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증권사에서 운용한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이 확정됐거나,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NH증권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만 상장폐지를 면해 손실 확정을 피하게 된 것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 상품 대부분이 상장 폐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장 종료 시점 ETN의 실시간 지표 가치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ETN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한다. ETN이 1000원 미만의 ‘동전주’로 거래되면 투기 수요가 몰리는 등의 시장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라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은 지난 2일 이미 상장폐지됐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ETN도 현재 거래가 정지돼 있다. 이들 증권사 상품은 오는 7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NH증권은 예외였다. NH증권 ETN도 지난 2일 1000원 이하로 실시간 지표 가치가 내려갔지만, NH증권이 투자설명서에 조기 청산 요건 약정을 포함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상장을 유지하게 됐다. 이 약정을 투자설명서에 포함하지 않은 상품은 상장폐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상품 만기인 2025년 10월까지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증권사 실수가 오히려 투자자들을 도와준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들은 앞으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반등할 경우 다시 수익을 내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NH증권의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은 이날 64만4408주가 거래됐다. 역대 최고치다. 이 상품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3만8000주에 불과했다. 평소의 17배나 되는 거래가 이날 하루에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28일 거래량은 단 2주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경쟁사 ETN이 상장 폐지되면서 천연가스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이 상품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상품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NH증권도 수혜를 보게 됐다.


NH증권 상품 투자자들만 ‘혜택’을 보게 되자 다른 증권사 투자자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실수를 거르지 못한 ETN 상장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ETN 상장을 위해서는 증권사 거래소 간 상장 협의와 금융감독원 심사 등을 거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상장될 때는 투자설명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했다”며 “올해부터는 상장 신청을 하면 증권발행신고서 초안까지 추가로 내도록 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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