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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리걸테크 유니콘 나오는데… 로톡 9년째 ‘지루한 싸움’

중개냐 광고냐 ‘리걸테크’ 논란


로앤컴퍼니는 대표적 리걸테크(legaltech·법률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이다. 2014년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는 법률 플랫폼 ‘로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호사업계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법률서비스 대중화를 표방하며 로톡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84만건에 달하는 법률 상담을 했지만 여전히 기존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법조 브로커’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제34조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법조 브로커란 법률 사건·사무를 특정 변호사에게 알선하고 금전 대가를 받는 이들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로톡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이 금지한 중개행위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앤컴퍼니는 로톡이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알리는 플랫폼이라고 반박한다. ‘광고형’ 플랫폼은 현행법 내에서 허용되지만 ‘중개형’ 플랫폼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충돌하고 있다.

“로톡은 광고형” vs “로톡은 중개형”


로톡은 분야별·지역별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변호사의 경력, 상담사례, 수임료, 후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로톡 관계자는 6일 “‘변호사가 필요할 땐 로톡’이란 홍보 문구처럼 법률소비자가 자기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들은 이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2016년 변협, 2020년 직역수호변호사단이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행위로 고발했다.

수사기관은 6차례 모두 로앤컴퍼니를 무혐의 처분했다. 법무부도 로톡이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로톡에 등록된 변호사를 징계한 변협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변협에는 제재하겠다고 통보했다. 변협은 이에 불복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변협의 공정위 제재 취소 소송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 등록 변호사가 로톡 소속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일반 인터넷 배너 광고의 경우 링크가 법무법인 홈페이지로 연결되지만 로톡 등록 변호사는 로톡 홈페이지로 연결된다”며 “법률소비자 입장에선 로톡에 나온 변호사가 로톡 소속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로톡의 역할이 중개자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변협 관계자는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아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행위, 변호사 할인 쿠폰을 법률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등이 ‘중개’ 행위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지난해 로톡과 다른 법률 플랫폼 서비스 ‘나의변호사’를 출시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광고 수익형 모델이 아닌 공공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변호사로부터 별도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노출되는 변호사 순서는 무작위다. 분야별로 전문 변호사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들과 국민의 편의를 위해 만든 모델로 변협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사건 수행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정확·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리걸테크 성장 중… 한국은?

사진=뉴시스

글로벌 리걸테크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다. 독일 소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이 2021년 276억 달러(약 36조원)에서 2027년 356억 달러(약 47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 중 1조원 이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 기업은 7곳이다. 챗GPT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 열풍’을 만들어낸 오픈AI도 리걸테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법률문서를 편집하거나 조사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하비’에 500만 달러(약 67억원)를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리걸테크가 태동했다. ‘로앤굿’은 여러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제안서를 보낸다. ‘로스닥’은 승소율에 기반해 소송비용 대출을 알선한다. ‘엘박스’는 판결문 검색 서비스와 AI로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스타트업)에 선정된 업체는 로톡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도 리걸테크가 2005년 처음 등장했을 때 정착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변호사법이나 변호사협회 내부 윤리규정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의 변협과 같은 일본변호사연합회는 ‘변호사정보제공 웹사이트 게재에 관한 지침’을 의결해 명확한 기준을 정했다. 중개형 플랫폼은 철저히 규제하되 광고형 플랫폼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로앤굿은 지난 2년간 3차례에 걸쳐 변협에 리걸테크 산업 관련 상생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리걸테크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하면 해외 자본과 기술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변협이 리걸테크 기업과 대화를 통해 산업을 함께 키워나가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변협이 위원회 등을 만들어 리걸테크 산업을 제도화하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며 “만일 현재와 같은 분쟁이 계속되면 리걸테크 산업을 키울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했다. 변협 관계자도 “법률사무를 보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리걸테크는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은 최근 리걸테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변호사 광고 금지 유형을 법령으로 정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변협에 변호사 광고를 제한할 권한을 부여해 충돌이 생겼으니 변호사 금지 유형을 내규가 아닌 법으로 규율하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변호사 광고 규제를 명료하게 정비해 법률소비자들이 다양한 통로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법안”이며 “불필요한 갈등과 규제를 없애 리걸테크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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