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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구리대교” vs “고덕대교”… 33번째 한강다리 ‘이름 전쟁’

구리시·강동구 수년째 힘겨루기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33번째 한강 교량. 경기 구리시 토평동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잇는 이 다리의 명칭을 놓고 구리시와 강동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구리시 제공

경기 구리시 토평동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잇는 한강 다리 명칭을 놓고 구리시와 강동구가 몇년 째 힘겨루기를 하고있다.

구리암사대교와 강동대교 사이에 건설되는 33번째 한강 횡단 교량 명칭을 두고 구리시는 ‘구리대교’, 강동구는 ‘고덕대교’로 이름 지어야 한다며 서로 양보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구리시와 강동구 시민들도 각각 지자체 지명이 들어간 다리의 이름으로 지정돼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정치권 역시 명칭 결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는 등 맞서고 있다.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고덕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한강 횡단 교량은 총연장 1.7㎞의 왕복 6차로의 사장교로 건설된다. 이 다리는 세종~포천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14공구)에 속하며 2016년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리 완공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구리시와 강동구는 각각 ‘구리대교’와 ‘고덕대교’로 이름으로 정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며 아직까지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구리시는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상 이 다리의 한강 구간 87% 이상이 구리시의 행정구역이고, 구리시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의 한강 횡단 교량 명칭을 강동구에 양보해 ‘강동대교’ 명칭이 사용되는 만큼 형평성 측면에서 이번에는 구리대교로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동구는 다리 설계 시작점이 고덕동이라는 점, 사업시행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사업 초기부터 ‘고덕대교(가칭)’ 명칭을 사용하는 점을 들어 이 명칭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부분의 한강 횡단 교량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다리가 있으면 형평성을 고려해 한번은 북쪽, 한번은 남쪽 지명으로 선정한다. 예컨대 고양시와 김포시를 잇는 한강 다리 2개는 각각 일산대교와 김포대교다. 고양시와 서울 강서구를 잇는 2개 교량은 각각 행주대교, 방화대교로 이름지어졌다.

구리암사대교는 구리시와 강동구가 구리대교와 암사대교를 각각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인 결과 양측이 주장한 이름이 합쳐졌다. 구리암사대교는 경기도와 서울의 지명을 함께 쓰는 유일한 한강 횡단 교량이지만 사실상 암사대교로 통용되고 있어 이번엔 반드시 ‘구리대교’로 돼야 한다는 게 구리시 입장이다.

백경현(위) 구리시장과 이수희(아래) 강동구청장이 지난해 12월 각각 '구리대교' 및 '고덕대교' 명명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구리시·강동구 제공

이에 강동구는 ‘고덕강일택지개발사업’에서 광역교통분담금으로 532억원을 납부하는 점과 구리대교로 다리 이름이 정해지면 1.5㎞ 내 인접한 ‘구리암사대교’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덕대교’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 구리시는 혼란 방지를 위해 ‘구리암사대교’에서 구리를 빼는 강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시민들도 서명운동을 통해 각 지자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11월 ‘고덕대교 5만 주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7만명이 넘게 서명에 참여했고, 구리시에서도 같은 해 12월 ‘구리대교 20만 범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1만여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정치권도 역시 자존심 다툼 중이다. 경기도의회는 4월 27일 이 다리를 구리대교로 명명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5월 4일에는 서울시의회가 고덕대교로 결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맞섰다.

이처럼 구리시와 강동구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한국도로공사는 절충안으로 고덕과 구리의 앞글자를 합쳐 ‘고구려대교’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강동구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동부 수도권 중심지로 부상하는 고덕동의 주택가가 있는 도심지를 공사현장이 관통해 주민들이 공사 기간 내내 피해와 큰 불편을 감내하며 적극 협조해왔다”면서 “공사 시행 초기부터 건설 사업상 명칭은 가칭 고덕대교로 사용된 만큼 한강 횡단 교량은 고덕대교로, 신설 나들목은 고덕나들목으로 명칭을 제정해야 한다. 이는 강동구 주민들의 염원인만큼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현재 한강 다리는 4개의 철교를 포함해 32개로 이 가운데 서울의 지명을 딴 다리가 27개이고, 경기도의 지명을 쓰는 다리는 일산·김포·미사·팔당대교 등 4개뿐이다.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하는 다리 1.7㎞ 중 87% 이상이 구리시 행정구역에 속하는 만큼 당연히 다리의 이름은 구리대교로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건설된 한강 교량과 기존 강동대교와의 거리는 불과 1㎞ 이내다. 두 개의 다리에 강동구의 지명을 모두 넣어 운전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은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다. 구리대교로 명명해야 운전자들도 편리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다리의 명칭은 올 하반기 열릴 지자체와 한국도로공사 합동회의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합동회의에서도 협의가 안 되고 지자체 간 이견이 계속될 경우에는 한국도로공사 심의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로 상정돼 결정된다.

구리=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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