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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흔들리는 경사노위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대상 세력의 기득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에 성공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는 더욱 그렇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는 노동·연금·교육 분야의 3대 구조개혁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관계가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해 당사자들이 이견을 좁혀 대타협에 도달하려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특히 노동 분야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거대 노조가 버티고 있어 양대 노조와의 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노사정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두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경사노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노정 관계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인 ‘주 69시간’ 논란으로 갈등이 불거지더니 민주노총 간부의 분신 사망에 이어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진압 사태에 격앙된 한국노총이 지난 1일 경사노위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한 데 이어 오늘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사노위 탈퇴 방안까지 논의하기로 해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이 탈퇴를 결정하면 공식 노사정 대화는 완전히 단절된다. 민주노총은 이미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한국노총마저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경사노위는 존재 이유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동계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법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한 것은 아닌지, 정녕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은 있는 건지,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가 애초부터 있었던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협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대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쪽으로 노력하길 바란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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