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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낳으면 누가 키워줍니까?”… 육아에 지친 부모의 푸념

[인구가 미래다!] <5부> 육아 쉬운 사회 되려면 ③ 과중한 돌봄 부담


부부가 맞벌이하는 A씨는 최근 반차를 쓰고 면접을 봤다. 이직 면접이 아니다. 6살 아들의 유치원 등·하원을 맡아줄 돌봄 도우미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돌봄 도우미가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그만둔다고 알려오자 A씨 부부는 한숨부터 나왔다. 당장 아이가 귀가하는 오후 5시부터 부부가 퇴근하는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볼 사람이 없었다. 새로 도우미를 구할 때까지 부부는 번갈아 반차를 쓰며 아이 등·하원을 맡아야 했다.

A씨처럼 영유아 자녀를 둔 상당수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이 돌봄 문제다. 민간 도우미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아이 낳기가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정부도 외국인 돌봄 도우미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5가구 중 1곳은 돌봄 공백 상황


6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73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가구 중 1곳(18.7%)가량이 영유아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맞벌이 가구의 28.4%가 돌봄 공백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외벌이 가구(10.9%)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자녀가 다니는 기관이 휴원하거나 아이나 부모가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긴급한 돌봄 공백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 부모가 등·하원 시간 등 돌봄 ‘틈새’를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민간 육아도우미를 시간제로 이용하고 있는 전모(31)씨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생후 15개월 된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말이다. 한 달간 민간 어린이집을 다녀봤지만 아이가 자주 아파서 포기해야 했고, 국공립어린이집은 대기자가 30명을 넘겨 입소 기약이 없었다. 친정과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려 해도 지방에 거주하거나 부모가 아직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줄 여건이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돌봄 서비스의 공적 확대가 미진한 상황에서 개별 가정에 과중한 돌봄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4년간 개별 돌봄 서비스 이용 형태를 보면, 지난해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는 68.3%나 됐다. 10가구 중 7곳은 조부모가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조부모 외 친인척 돌봄도 8.0%였다. 민간 육아도우미는 2019년 7.8%에서 지난해 8.0%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같은 기간 17.1%에서 15.6%로 오히려 감소했다.

*부모가 아닌 사람이 가정에서 해당 아동을 돌보는 경우(중복응답)<자료: 육아정책연구소>

여기에 민간 육아도우미를 이용하려고 해도 선뜻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A씨는 “민간 도우미 서비스나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봤지만 도우미를 배정하는 방식의 서비스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며 “돌봄이 필요한 시간대에 맞춤으로 하는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가정별로 상황이 제각각인데 기존 서비스들은 모두 일률적”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새로운 도우미를 구하기 위해 다섯 차례나 면접을 봤다고 한다.

비용 부담도… “아이 낳기 무섭다”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전씨는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도우미를 구하려 하면, 해당 정보를 보는 데에도 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시간당 1만3000원에 구인글을 올렸지만, 결국 주4일 총 16시간에 시간당 1만5000원을 주는 조건으로 겨우 도우미를 구했다”고 말했다. 등·하원 도우미의 경우 월 100만~150만원, 입주 육아도우미의 경우 중국동포는 월 200만원 후반, 한국인은 300만~3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부모가 “아이 키울 사람이 없는데 아이를 어떻게 낳나”고 푸념한다. 입주 육아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 주모(31)씨는 “내 업무 시간이 들쭉날쭉해 밤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입주도우미를 쓰고 있다. 둘째가 생기면 돌봄 도우미를 한 명 더 구해야 할지,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지 등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도 돌봄 공백을 메울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다음 달부터 서울에서 수십명 규모의 외국인 입주도우미 도입 시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육아도우미를 국내 시급의 30% 수준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부모 등 친인척이 일정 시간 이상 아이를 돌보는 경우 돌봄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부모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건·사고 탓에 한국인 도우미에 대한 불신도 큰 상황에서 낯선 외국인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는 우려 목소리를 낸다. A씨 역시 “저라면 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 자체가 부모가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돌아오는 사회구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적인 방안은 부모가 아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하는 부모들의 돌봄 틈새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개선이란 정책적 접근을 통해 일과 가족이 양립이 가능한 상황이 돼야 저출산 추세도 반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성윤수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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