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견딜 ‘슈퍼 커피’ 탄생할까

커피 작황 위협하는 엘니뇨
‘모닝 커피 한 잔’의 여유 사라질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하반기 지구에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로 커피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커피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가 기후 변화에 취약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덜 받는 ‘로부스타’를 주목하고 있다. 강인하다(Robust)고 해 붙여진 이름처럼 로부스타가 극심한 기후 위기를 이겨낼 ‘슈퍼 커피’가 될 수 있을지 관련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베트남 남부 농업 지역인 바올록에서는 최근 토종 로부스타 품종의 표현형(관찰할 수 있는 특징적 모습이나 성질)을 복제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로부스타는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닌 아라비카에 비해 강하고 써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사용됐다. 한때 ‘못생긴 이복 여동생(ugly stepsister)’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혹독한 환경에서도 튼튼하게 자라 기후 위기 시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3% 이상이 로부스타 품종이다.

‘녹색 난쟁이’라는 별명을 가진 ‘쯔엉 손 5(Truong Son 5·TS5)’는 이 농가의 연구로 탄생한 품종이다. 환경적 위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두껍고 튼튼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TS5를 연구·복제할 가치가 있는 ‘특수 품종’으로 승인했다. 또 유럽연합은 지난해 TS5 품종 등의 뿌리줄기를 약한 로부스타 식물에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투언 사르진스키 수석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모든 종류의 기후 위협에 견딜 수 있는 일종의 슈퍼 커피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로부스타 외에도 뿌리가 깊어 가뭄에도 잘 견디는 ‘리베리카’를 포함해 다른 종의 커피도 실험하고 있다.

리베리카는 전 세계 생산량의 2% 미만을 차지하며 베트남에서는 오랫동안 소량으로 재배됐다.

바누시아 노게이라 국제커피기구 전무이사는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해 오랫동안 아라비카에 집중해 온 국가들이 로부스타 재배 기술을 배우는 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의 노게이라 전무이사는 “이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아라비카 외에 다른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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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의 위기는 이 품종의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이 가뭄과 서리 등 기후 위기에 처하면서 불거졌다. 2021년 브라질에서는 심각한 서리가 발생해 최대 20만 헥타르 아라비카 작물이 피해를 봤다. 수확량뿐만 아니라 새로 심은 나무를 숙성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등 복합 위기가 닥쳤다.

다른 아라비카 생산국인 온두라스에서는 2020년 허리케인이 연달아 발생해 1만 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강타했다. 당시 온두라스 국영 커피 회사인 콘카페(CONCAFE)의 보고서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커피 재배 지자체의 60%에 영향을 끼쳤다. 콜롬비아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강우량 변화로 커피 농가가 어려움을 겪었다.

로부스타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페르난도 막시밀리아노 브로커스톤엑스 커피 분석가는 2015년과 2016년 사이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브라질 에스피리투 산토주에서 가뭄이 발생했을 때 로부스타 생산량이 거의 40% 감소했다고 말했다.

에런 데이비스 영국 큐 왕립식물원의 작물 및 지구변화 수석 연구원은 “엘니뇨의 영향은 장기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더 악화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커피 농가와 일반적인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이 위기는 커피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국제공정무역기구는 지난달 30일, 오는 8월 1일부터 체결되는 계약에서부터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커피의 기준 가격을 각각 19%와 29%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체 공정무역 커피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워시드(건조 단계 전 원두에서 과실을 제거한 뒤 발효하는 가공 방법) 아라비카 원두에 대한 새로운 공정무역 최저가격은 파운드당 1.80달러로, 이전 가격인 파운드당 1.40달러보다 40센트 인상됐다. 내추럴(과실을 그대로 둔 채 바로 건조 단계에 돌입하는 가공 방법) 로부스타의 경우 파운드당 1.20달러로 19센트 인상됐다.


리서치 회사인 BMI에 따르면 지난달 말 로부스타 런던 선물 가격은 t당 2600달러를 넘어섰으며, 23일에는 2008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인 t당 2675달러로 마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런던의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38% 상승했고, 뉴욕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8.6% 상승했다.

공정무역 지역 생산자 네트워크 CLAC의 이사회 회원인 실비아 곤살레스는 “재정적 어려움과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커피 농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커피의 미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커피 전문가들은 가뭄과 더위에 더 잘 견디는 커피 품종을 개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농업기술센터(CIAT)의 과학자 크리스천 번은 “커피가 점점 더 고위험 투자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별적인 사건과는 별개로 커피 업계 전체가 기후 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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