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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한국교회 어게인 1973, 회복에서 부흥으로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여의도공원을 자주 걷는 편이다. 1998년 5월 본사가 여의도로 이전할 때만 해도 공원이 조성된 초기라 나무도 몇 그루 없어 황량했지만 지금은 제법 숲이 우거져 많은 이들이 찾는다. 공원을 걷다 보면 이곳에 비행기 활주로가 들어설 정도로 큰 광장이 있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여의도에는 경성비행장이 있었고 광복 이후인 1945년 11월 2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 등이 미군 수송기 C-47을 타고 이곳으로 귀국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5·16광장을 만들었고 이후 여의도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허허벌판 같았던 여의도광장이 사람으로 가득 채워진 건 1973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서울전도대회가 개최됐을 때였다. 닷새간 연인원 320만명이 모였다고 하니 성령의 임재가 아니고서야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빌리 그레이엄 서울전도대회는 한국 개신교 부흥을 이끈 역사적인 집회였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그레이엄 전도대회 이후 한국교회는 매년 20%씩 성장해 1980년 초에는 성도 수가 1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부흥했다”고 회고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에 이어 장남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지난 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집회’ 설교를 했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와 강한 제스처는 아버지를 연상시켰다. 그는 ‘복음의 가치’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한국은 50년 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회개하고 죄로부터 돌아서야 한다”고 결신을 촉구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한국교회는 크게 성장해 해외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견하고 있고, 국가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첫사랑의 감격을 잃었던 탓일까. 한국교회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신뢰도는 18%대로 추락했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개회 기도에서 “50년 전 320만명이 모여 함께 기도함으로 하나님이 놀라운 역사를 이뤄주셨는데 첫사랑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사회 신뢰를 잃어버린 것을 회개한다”며 한국교회에 복음의 첫사랑을 회복하자고 호소했다.

50년 전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가 부흥의 신호탄이었다면 올해 대회는 한국교회가 회복되고 성숙해져 새로운 부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한국교회가 회복을 넘어 부흥으로, 다음세대의 믿음 계승과 복음적 평화통일, 세계 선교를 위해 결정적으로 쓰임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축복했다.

새로운 부흥을 위해선 회개가 선행돼야 한다. 1903년 원산대부흥, 1907년 평양대부흥, 1973년 서울전도집회 대부흥의 공통점은 회개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회개 없는 부흥은 없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양적 성장과 물신주의에 빠졌던 것을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또 교단정치에 매몰돼 분열을 거듭했던 과오를 성찰하고 복음의 기치 아래 하나로 연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이 조선에 복음을 전할 때 교회만 지은 게 아니라 학교, 병원 등을 세워 근대화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이제 전국 교회들이 봉사와 나눔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선교적 공동체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코로나 이후 종교인은 줄었지만 영적 치유를 갈망하는 이들은 오히려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이들의 영적 갈망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챗GPT에 이어 오토GPT까지 인공지능(AI)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영적 터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 11:28)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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