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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365-6월 10일] 역사는 흐르는가


찬송 : ‘어둔 밤 마음에 잠겨’ 582장(통 261)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출애굽기 12장 21~27절


말씀 :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월절에 지킬 규례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면서 훗날 자손들이 이 규례에 관해서 묻거든 출애굽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를”(26절)이라는 말은 처음 난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규례를 설명할 때에도 나옵니다.(출 13:14)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넌 후에 강 한가운데 12개의 돌을 세우는 이야기에서도 나옵니다.(수 4:6)

역사는 흐르는가요 아니면 멈추어서 고이는가요. 흐르는 역사는 강이 되고 바다가 되지만 고이는 역사는 썩은 웅덩이가 됩니다. 역사를 흐르게 하려면 후손들은 조상들에게 궁금한 역사를 물어보고 조상들은 후손들에게 끊임없이 역사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조상과 후손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역사는 되살아나고 꿈틀거리고 강물처럼 흐르게 됩니다.

역사 속에 묻혀버릴 뻔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배봉기(1914~1991)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쓴 책에 일제강점기에 조선 사람들이 통조림을 먹었다는 대목이 나오기에 나이 드신 교인들에게 그게 사실이냐고 물어보았더니 ‘택도 없는 소리’라면서 일본에 식량을 공출당한 얘기, 너무 굶주려서 부황든 얘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어설픈 학자들의 논문보다 민초들의 이야기가 힘이 있습니다.

제가 신학생 때 제주 출신 집사님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4·3 때 사람들 많이 죽었어요”라는 말을 언뜻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4·3이 뭔가 몰랐는데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얼굴도 모르는 고모부가 6·25전쟁 때 인민군들에게 잡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성인이 돼서야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집안의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6·25전쟁은 우리나라의 가정이나 동네나 교회에 아픈 상처를 숱하게 남겨 놓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회의 순교자들은 6·25전쟁의 희생자들이 많습니다.

후배들이 5·18 민주화운동이 궁금하다며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엊그제 일같이 생생한 사건을 왜 모를까 의아해하면서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6월 항쟁 이야기를 묻기에 밤새도록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넥타이부대가 손뼉을 치고, 연세대 이한열 학생의 장례 때 100만명 사람들이 운집했던 이야기 등.

후손들과 묻고 대답한 역사 이야기들이 모여 책으로도 엮어졌고, 최근에는 여러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5·18을 담은 ‘택시운전사’나 부림 사건 때 인권변호사의 활약을 다룬 ‘변호인’, 6월항쟁의 과정을 생생하게 엮은 ‘1987’ 같은 영화가 그런 것들입니다.

역사는 묻지 않으면 침묵하고, 말하지 않으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훗날 자손들이 묻거든’ 그 시대에 겪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아픈 역사도 있고,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고, 부끄러운 역사도 있고, 간혹 뒤틀린 역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껴안고 가야 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기도 : 하나님,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군산 대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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