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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바가지 상술에 빛바랜 축제들… 지자체 ‘골머리’

‘과자 1봉지 7만원’ 등 잇단 논란
지역 경제 도움은커녕 이미지 실추
지자체 자정 유도 등 대책 마련 나서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지난 6일 강릉단오제 관계자들이 가면극 탈을 쓰고 단오제를 홍보하고 있다. 올해 강릉단오제는 18일부터 25일까지 강릉 남대천 행사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4년 만에 대대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축제·행사가 기지개를 켰지만 ‘바가지요금’이 축제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역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제기되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탓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행사를 마련했는데 도움은커녕 지방자치단체 이미지까지 나빠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지자체들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선 출연자들이 방문한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장에서 한 상인이 옛날과자 1봉지 가격을 7만원으로 부른 뒤 흥정을 통해 3봉지를 14만원에 파는 장면이 나왔다. 방송 직후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바가지요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 영양군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가지요금 논란은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경북 안동과 경주 등지의 벚꽃축제를 찾은 관광객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경주를 찾은 한 관광객은 “손바닥만 한 파전 1개에 1만5000원, 오징어무침이 2만원, 바비큐 한 접시가 4만원이었고, 그나마 음식도 너무 빈약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 함평 나비대축제에서도 한 일본인 유튜버가 노점에서 파는 어묵 한 그릇 가격이 1만원이라며 놀라는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확산됐다. 함평군은 “함평나비대축제장 인근의 개인 소유 땅을 임차해 운영된 야시장”이라며 “수시로 위생점검을 했지만 단속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4년 만에 지난 4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진해군항제 역시 바가지요금 때문에 빛이 바랬다. 행사 개최 후 각종 소셜미디어엔 비싼 가격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고, 진해군항제 주최 측은 사과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 역시 고물가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기 민원게시판에는 ‘갈치조림 한 상에 14만원’ 등 바가지 상술을 지적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지역축제 등에서 잇따라 논란이 일자 지자체들은 바가지요금 불똥이 튀지 않도록 대비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보령머드축제를 준비 중인 충남 보령시는 대천·무창포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가격 안정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수산물이 비성수기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바가지요금 신고센터와 숙박업소 요금 사전신고제도 운영한다.

인천 남동구는 9월 소래포구축제에 앞서 소래포구어시장상인회를 중심으로 평소 문제가 된 바가지요금, 저울·원산지 속이기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자정대회를 열 방침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열린 파워풀페스티벌에서 음식 등을 파는 임시 노점을 아예 운영하지 않았다. 행사 전 상인들과 협의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행사장 주변 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8일 “상가번영회 측에 축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상인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행사 후 바가지요금 관련 민원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축제 등을 개최하기 전 인근 상인들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 관계자는 “화천 산천어축제에 매년 100만명이 넘게 찾아오지만 바가지 민원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입주업체들에 표준가격, 호객행위 자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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