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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화로 스타트업 ‘혹한기’… 정부 지원 어느 때보다 시급”

[국민 초대석]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스포 본사에서 “투자가 급감한 스타트업계 ‘혹한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덕목은 ‘집요함’”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스타트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경기 악화로 투자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26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나 줄어들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코스포 본사에서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타개 방법에 대해 물었다. 최 대표는 “지금의 위기는 스타트업이 혁신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코스포는 2050여개 스타트업이 속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 스타트업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가 급락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다. 생각보다 이 시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지금의 위기는 경기악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이게 해소돼야 투자 불황이 끝난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큰 위험이 따른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를 만나보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요즘 만나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주로 어떤 고충을 얘기하는가.

“가장 걱정하는 건 자금 조달 시기다. 코로나19 때 몰렸던 투자가 갑자기 뚝 끊기면서 계획했던 스케줄이 완전히 틀어졌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요구하는 지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도 빠른 성장을 주문했다면 지금은 당장의 생존과 관련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의 지표를 요구한다. 스타트업은 성장할수록 인력 채용, 마케팅 집행 등 비용이 증가하는데 지금은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발전을 가로막는 큰 문제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이 ‘테크’를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규제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헬스케어와 리걸테크(legaltech·법률과 기술의 결합)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해오던 영역은 쟁점이 오래돼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스타트업의 입지가 적은 산업 분야에서 규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혁신 모빌리티를 앞세웠던 ‘타다’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타다는 ‘불법’이라는 수사기관의 낙인과 이른바 ‘타다금지법’ 시행으로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불합리한 규제와 경직된 법 해석에 가로막혀 성장 동력을 잃게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 타다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이 스타트업 안착 후기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지적이 많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집이 커지는 스타트업 특성상 뒤로 갈수록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건수가 줄어도 규모가 작아져선 안 되는 이유다. 좋은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을 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망해버리면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이 전부 매몰 비용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다수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혁신적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경제 위기로 민간 투자가 줄어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좋은 스타트업이 망하지 않는다.”

-정부도 곳간의 한계가 있을 텐데 자금지원 외에 다른 건 없을까.

“미국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금융기관 대출과 민간 투자로 조달한다. 비율은 거의 5대 5다. 한국은 민간 투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은 스스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정부가 보장할 때만 가능하다.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튼튼하게 받쳐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떤 장점이 있나.

“국내 투자만 받은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면 해당 국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국내 VC라 하더라도 해외 투자 경험이 많으면 해외 진출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돕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나 지금은 모태펀드가 국내 투자 위주고 해외 투자는 제약이 있어 경험의 폭이 좁다.”

-스타트업 인프라가 수도권에만 몰려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기부에서 발표한 기술창업통계를 보면, 해마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창업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절반가량은 지역에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에 비하면 열악하지만 지역도 어느 정도 창업 인프라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할수록 지역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투자자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시리즈A(창업 1~3년 차)나 시리즈B(창업 3~7년 차) 스타트업은 서울에 지사를 두는 상황이다. 지역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는 유기적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스타트업의 핵심은 ‘내용’이다. 시장의 문제를 포착하고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요하게 몰두한다는 거다. 투자자들도 창업자의 집요함을 본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런 집요함과 열정으로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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