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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무역… 원화 가치 ‘뒷목’

무역수지 쇼크 15개월 연속 적자
원화 가치, 34개국 중 최대 하락
연준 매파기조 한몫… 환율 변동성 ↑


지난 2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주요 34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주된 요인은 무역수지 적자로 분석됐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및 요인 분석’ 등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초까지 미 달러화가 강세와 약세를 오가는 과정에서 원화의 환율 변화율은 다른 통화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44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초 1210원대까지 내린 뒤 다시 1300원대로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0년 1월~2023년 4월) 원화 환율 변동성의 장기 평균은 0.5% 포인트로 주요 34개국 평균치(0.62% 포인트)와 중간값(0.58% 포인트)보다 낮았다. 34개국 중에서는 20위로, 환율 변동성이 비교적 작게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원화 환율 변동성은 장기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초까지 환율 절하율은 다른 통화의 평균치를 상당폭 넘어섰는데, 특히 지난 2월 원화 환율 하락폭은 7.4%로 34개국 평균치(3.0%)의 배에 달했다.


각종 변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하면, 지난 2월 원화 환율 상승폭의 약 40%는 무역수지 충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월 125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의 적자 폭을 낸 무역수지가 원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무역수지는 보통 환율에 1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은은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배경으로는 물가상승뿐 아니라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 불균형, 환율 등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을 꼽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속도가 과거 둔화기에 비해 더딘 데다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금융 불균형 해소가 더딘 점도 위험 요소다. 주택 가격이 여전히 고평가됐고, 가계부채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선 “대내외 정책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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