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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호통만 요란한 문체부 산하기관 조사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은 한국 문학작품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국내 출판사·에이전시와 해외 출판사를 대상으로 번역·출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지원작 선정을 담당하는 심사위원 수가 2∼3명에 불과하고 심사위원 선정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수십 권의 대상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 심사를 초래했으며, 2021년 번역 지원을 받은 작품 14건 중 1건만 현지 출판됐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문체부의 지적 사항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2021년 하반기에 번역 지원작으로 선정된 한국문학 작품 14건 중 1건만 현지에서 출판된 것을 두고 “번역 지원 이후 사장되는 원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지나치다. 번역을 하고 해외 출판사를 찾아서 출판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번역 지원작 선정 후 2년도 안 지난 시점에서 번역서가 현지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게 적절한 것일까.

번역원이 지난해 해외 번역과 출판을 지원한 작품은 총 205편이다. 국내 출판사 에이전시 지원사업은 2명, 이보다 규모가 큰 해외 출판사 지원사업은 3명이 심사를 담당했다. 문체부가 심사위원 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번역원은 올 들어 심사위원 수를 각각 5명으로 늘렸다.

정부 부처가 산하기관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문체부의 경우 무리하게 산하기관을 비판한다는 인상을 계속 주고 있다. 지난 5월 문체부는 연간 84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출판 분야의 가장 큰 지원사업인 ‘세종도서 사업’이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매년 교양 부문 550종, 학술 부문 400종의 도서를 세종도서로 선정해 정부 예산으로 구매해주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심사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고 심사기준이나 채점표도 없다고 호통을 쳤다. 또 특정 출판단체가 심사위원 구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현재의 세종도서 사업의 운영 방식, 체계, 심사 방식은 모두 문체부가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세종도서 사업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면 그 상황을 만든 데에는 문체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반박했다. 공정성 논란 해소,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출판단체들이 세종도서 사업의 민간 위탁을 권고했지만 문체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6월에 나온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문체부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영진위의 대표적인 예산 누수 사례로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운영 사업’을 꼽았다. 영진위가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목표로 2019년부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세안 국가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24억원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영진위가 아니다. 한·아세안 문화장관회의에서 합의하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명에 포함된 사업으로 영진위는 실행을 맡았을 뿐인데 사업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쓴 셈이다.

문체부가 해당 기관은 물론 관련 업계도 동의할 수 없는 조사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그 의도를 분석하는 얘기들도 나온다. 산하기관에 대한 길들이기 또는 기관장 교체가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체부가 비판한 산하기관 세 곳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잔여 임기를 이어가는 곳이다. 문체부 조사가 산하기관 때리기라는 의혹을 피하려면 사실을 꼼꼼히 확인하고 합리적인 지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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